[MBN스타 이다원 기자] 청취자가 ‘갑’인 라디오프로그램, DJ는 을 중에서도 슈퍼 을이다. 개그를 던져도 재미없다고 문자로 지적하고, 한 청취자는 감 떨어진 것 같다며 감 한 박스를 선물로 보내왔다. MBC 표준FM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이하 ‘2시 만세’)에서는 이처럼 재밌는 상황들이 매일 오후 2시면 펼쳐진다. 청취자 갑질에 DJ들은 웃음만 번진다는 ‘2시 만세’ 부스 속 얘기들을 DJ 정경미, 박준형에게 들어봤다.
◇ 코너1. ‘2시 만세’ 웃고 싶다면 주파수 고정!
‘2시 만세’는 지난 2004년 지상렬·노사연 콤비로 처음 전파를 탔다. 오후 프로그램인 만큼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가 트레이드 마크다. 이후 2대 김흥국·김경식, 3대 김경식·원미연, 4대 윤정수·이유진으로 이어오다가 2013년 12월 지금의 박준형·정경미 체제로 자리를 굳혔다.
개그맨 출신 DJ라 그런지 2시간 내내 시장통처럼 활기차다. 팔도 사투리 쓰는 청취자를 모아 벌이는 퀴즈 코너 ‘사투리 전국체전’, 이행시 혹은 삼행시로 개그 감각을 펼치는 ‘시를 쓰시오’ 등 웃음기 가득한 코너들을 진행할 때마다 두 사람의 역량은 제대로 빛이 난다. 청취자 역시 개그맨 수준이다. 최근 새해 첫 통화에서는 한 택시 기사가 “지난해 마지막 날 뭘 했느냐”는 질문에 “사랑스러운 젊은 연인을 태워 제일 좋은 모텔에 내려줬다”고 대답했고, 그대로 생방송되는 웃지못할 사연도 넘쳐났다.
그렇다면 시한폭탄 같은 재미를 지닌 ‘2시 만세’만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박준형, 정경미는 한결같이 청취자라 입을 모았고, 청취자의 ‘갑질’에 웃게되는 속얘기들을 꺼내놨다.
◇ 코너2. 부스 속 작은 인터뷰…박준형·정경미 “‘2시 만세’는 시장통이죠”
Q. 개그맨 출신 DJ로서 강점은?
A. 순발력이 아무래도 낫죠. 좀 더 친근한 대화를 할 수 있고요. 오히려 청취자들이 저희를 정말 만만하게 볼 정도에요. 모자라게 보는 분들도 있고요. (정경미)
근데 청취자들도 DJ 따라가는 것 같아요. 저희 라디오 듣는 청취자가 삶의 터전에 계신 밝고 전투적인 분들이거든요? ‘인생이 뭘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뭘 먹고 살까, 저녁에 뭘 먹을까’ 생각하는 분들이죠. 이게 사실 굉장히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잖아요? 저희 프로그램은 그래서 더 친근하죠.(박준형)
Q. 만만하게 보인다는 점이 청치자들과 소통 노하우인가요?
A.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옆집 동생, 오빠 같은데 괜히 놀리고 싶고 건드리고 싶은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전 깍쟁이 스타일이고 박준형은 사고뭉치 이미지라 청취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 (정경미)
Q. 가장 애착이 가는 코너가 있을까요?
A. 전 ‘시를 쓰시오’ 코너에서 놀라운 청취자들을 많이 발견하죠. 이행시나 삼행시를 짓는 건데 진짜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더라고요. 대부분은 박준형이 개그맨인데 안 웃기다며 저격하는 내용이지만요. 예를 들면 ‘품절’이란 단어를 주면 ‘(품) 품절로 이행시 지으면 뭐하겠노. (절) 절마가 안 웃기게 읽어주는데’ 식으로요. 여기서 절마는 바로 박준형이랍니다. (정경미)
사투리만 쓰는 청취자를 모아서 퀴즈 대결을 벌이는 코너가 있는데요. 그것도 정말 웃겨요. 방송 중에 용변이 급하다고 화장실 간 분도 계시고, 휴대전화 배터리 5%밖에 안 남았다고 빨리 진행하라고 재촉하는 분들도 계시다니까요. 하하. 시장통처럼 바글바글한 매력이 있어요. (박준형)
Q. 그렇다면 두 분도 ‘2시 만세’로 사행시 가능할까요?
A. 그럼요. (두) 두시 십오분에 (시) 시작합니다 (만) 만만한 DJ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 (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하. 이거 아닌가? (박준형)
Q. 라디오를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A. 청취자 참여를 많이 유도해야할 것 같아요. 우리 프로그램도 청취자 참여 코너가 굉장히 많거든요? 연예인보다 끼가 많은 분들도 있고요. 라디오를 통해 이런 분들이 끼를 분출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DJ라면 이것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
A.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화도 내고 기뻐할 수 있는 게 바로 DJ 아닐까요? 리액션도 중요하고요. 청취자 기를 살릴 줄 알아야 멋진 DJ죠! (박준형)
[DJ 박준형·정경미는 누구?] 박준형은 지난 1997년 KBS 13기 공채개그맨으로 데뷔했다. KBS2 ‘개그콘서트’ 등에서 활약하다가 경기방송 FM ‘박준형의 해피타임’, SBS 러브FM ‘박준형의 시사 갈갈’ 등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며 DJ로서 자리를 잡았다.
정경미는 지난 2005년 KBS 20기 공채개그맨으로 연예계에 입문, ‘개그콘서트’와 KBS2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등에서 활약했다. ‘2시만세’ 안방마님으로서 혁혁한 존재감을 빛낸 그는 지난해 출산 23일 만에 DJ로 복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