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배우 황정음은 MBC 새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 오리진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지난해 종영한 SBS ‘끝없는 사랑’이나 KBS2 ‘비밀’ 속 비련의 여주인공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믿고 보는 배우, 그 토대에는 ‘발연기’에 대한 자기 성찰이 있었다.
황정음은 7일 오후 방송된 ‘킬미 힐미’에서 지성과 함께 두 번째 앙상블을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비밀’을 흥행으로 이끈 두 주역이었기에 이들의 재회가 어떤 시너지를 또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 상태였다.
결과는 합격점이었다. 7가지 인격을 지닌 차도현과 사랑스럽지만 말괄량이 의사 오리진은 지성과 황정음 그 자체였다. 두 사람이 빚어낸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첫회부터 시청자 눈을 홀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황정음의 변신은 눈여겨볼 만했다. 청순하거나 예쁜 걸 포기한 듯 몸개그를 펼쳤고, 망가지는 것도 불사했다. 특히 공항에서 박서준과 치고받다가 끌려가는 연기는 웃음마저 유발하는 명장면이었다.
그의 일취월장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발연기’가 근간을 자리했다. 과거 MBC ‘겨울새’ SBS ‘사랑하는 사람아’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첫 스타트를 끊었지만 로봇 같은 발성과 표정 연기로 ‘발연기’라는 오명을 썼다. 배우로서 발전 가능성이 없을 것만 같았지만, 결국 기사회생했다. 근성과 끊임없는 자기성찰 덕분이었다.
그는 과거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그땐 정말 영혼이 없었다. 만약 그때 나 같은 후배 배우를 만난다면 호되게 혼내주고 지적할 것”이라며 “나도 그렇게 배웠다. 무섭게 디렉팅한 감독들 덕분에 고칠 수 있었다. 특히 ‘비밀’이란 작품을 하면서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구하는 법을 배웠고 제작진에게 요구할 줄도 알아야한 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MBC ‘골든타임’ 권석장 PD가 안 챙겨줘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것도 이런 성찰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그는 “다른 PD들은 날 예쁘게 대해주고 어떻게 다루는지 알지만 권 PD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굉장히 값진 시간이었더라. 좋은 작품은 적당히 배우지만, 힘든 작품은 정말 많이 배우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권 PD를 만나 이후 연기를 할 때 생각하는 배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킬미 힐미’에서 전작과 180도 다른 ‘황정음’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런 생각 때문 아닐까. 황정음의 연기에 힘입어 이날 첫회 방송분은 시청률 9.2%(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로 수목극 2위를 차지했다. 믿고 보는 배우의 화려한 도약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