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tvN 드라마 ‘미생’에서 신다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 박진서입니다. 제 뒷모습이 더욱 익숙하실 텐데, 오늘은 특별히 금방 알아보시라고 머리도 묶고 왔답니다.(웃음) 많은 분들이 ‘미생’ 속의 신다인을 응원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잘 마쳤는데요, 사실 끝내니 많이 섭섭하네요. 정들었던 철강팀도 떠나려니 아쉽고요. ‘장백기 뒷자리녀’에서 ‘신다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이름 없는 배역에서 이름이 있는 배역이 되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제 첫 배역 이름이 정해진 드라마가 ‘미생’이라는 것이 참 많이 자랑스럽답니다.
◇ ‘미생’ 촬영장은 공부 그 자체
포상 휴가인 세부를 제작진, 스태프들과 함께 못 가서 정말 많이 아쉬워요. 스케줄 때문에 못 갔는데 정말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이번에 가서 여자 연기자들과도 더 많은 얘기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미생’이 한 팀에 여자가 한 명씩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여자가 정말 적은데 신은정 선배님과도 붙는 신이 하나 밖에 없어서 얘기를 많이 못 나눴어요. 여자들끼리 회식도 한 번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웃음)
‘미생’에 신은정 선배님 뿐만 아니라 정말 대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셨잖아요. 처음에는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인사는 드리는데 또 제가 까불거리고 그럴 자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선배님들께서 먼저 말 걸어주시고 해서 정말 감사했어요. 특히 저는 선배님들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냥 ‘미생’ 촬영 현장에 있었던 모든 시간들이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제게 혹시 분량이 적어서 섭섭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세요. 전혀 아니에요. 제가 만약에 대사가 많았으면 제 촬영을 소화하느라 급급했을 것 같아요. 분량이 많지 않아도 사무실이라는 배경 특성상 카메라에 잡혀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러다보니 현장 전체를 보는 눈이 길러진 것 같아요. 감독님 스타일, 촬영 각도, 선배님들의 연기를 계속 보면서 혼자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드라마에서는 제가 22살로 나오거든요. 사실은 20대 후반인데.(웃음) OCN ‘뱀파이어 검사’에서는 여고생 역할로 나왔었어요. 그러고 보니 어린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제 통통한 볼살 때문인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는 볼살이 더 부각되는데, 사실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저는 시청자 분들을 화면으로 만나는 사람인데,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요. 그래서 다이어트도 했는데 안 빠지더라고요. 그런데 ‘단점이다’ 생각하다보면 더 신경 쓰여서 나름대로 ‘이걸 오히려 드러내고 장점으로 소화하자’라고 생각을 바꾸니 편해졌어요. 지금은 신다인 역할을 맡게 된 것도 이 볼살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생각하고요.(웃음)
◇ 처음 받은 이름, 신다인
사실 저 작품에서 이름이 있는 게 처음이었어요. 인터넷에 ‘미생’을 쳤을 때 등장인물 란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도 정말 신기했고요. 저는 신다인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한때는 ‘장백기 뒷자리녀’로 불렸어요. 그러다 강 대리님(오민석 분)께서 ‘신다인 씨’라고 불러줬을 때 시청자 분들이 ‘신다희? 신다혜?’라고 궁금해하시면서 검색을 해보시더라고요.(웃음) 그러다 신다인이라는 게 알려진 거에요. ‘뒷모습녀’‘장백기 뒷자리녀’에서 신다인이 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그만큼 애착이 가죠.
그렇다고 누가 알아본다거나 하진 않아요. 주변은 변화가 하나도 없어요.(웃음) 신다인으로 불린다 해도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가 분명 제가 다른 작품에 나와도 보는 분들께서 나중에야 ‘아, 저 사람이 신다인이었어?’라고 말씀하실 게 분명하거든요. 제가 그만큼 분량이 많지도 않았고, 유명한 것도 아니고요. 이제 막 이름을 부여받았을 뿐이에요.
이름을 받기 까지 참 단계를 잘 밟아온 것 같아요. 운이 참 좋았죠.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전북 익산 보석 미인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미용실을 운영하시는 어머니 친구 분께서 ‘진서 내보내보라’고 해서 나가게 된 거였거든요.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도 2년 준비한 건데, 오랫동안 준비한 친구들 보다는 빨리 된 셈이고요.
어렸을 때에는 아역을 좀 했었어요. 어머니께서 데리고 다니면서 몇 작품 했는데 워낙 어려서 별로 기억이 없어요. 크면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는데, 음악을 하다 보니 무대에 서는 게 좋고, 그래서 막연히 연예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러다 미인대회에서 상을 받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된 건데, 대학교를 다니면서 참 많이 가치관이 탄탄해졌어요. 연기에 대한 꿈이 막연함에서 구체적으로도 바뀌었고요.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 게 저를 바꿔놨어요.
◇ 말하는 대로 될 거에요, 자신을 맏는다면
저는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낙방하는 건 한 두 번이 아니라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을 정도였죠. 배우라는 것이 답도 없고, 정해진 것도 없기 때문에 견디는 것도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저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고,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면 언젠가 배우로 저를 알아봐주실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은 적은 없어요.
지금도 그건 똑같아요. 조급하지도 않고요. 그랬기 때문에 엑스트라에서 단역으로, 단역에서 이름이 있는 역할로, 눈에 띄지는 않아도 단계를 꾸준히 밟아나가고 있잖아요. 이게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기까지는 부모님의 응원이 정말 컸죠. 어머니, 아버지께서 저를 한결같이 믿어주셨고, 단 한 번도 재촉하지 않으셨어요. 정말 감사하죠. 제가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여전히 저를 믿어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요즘 취업준비생 분들도 정말 많은 걸로 알아요. 저도 수많은 오디션을 지원하고, 탈락하고, 그 중에 한 두 개가 돼서 경험을 쌓고 하는 것이 비슷하다면 비슷한데요. 단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는 거예요. 저도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어쨌든 조금씩 나아가고 있잖아요. 그러기까지는 저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했어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저의 원동력이었고요. 대신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그 믿음에 따른 노력이 주어져야 하는 거지만요. 생각한대로 되고, 말 하는대로 되는 것 같아요.
제 꿈이 있다면, 제가 잘 버텨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는 거예요.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후배들이 ‘저런 선배도 있으니까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희망이 되고 싶어요. 저기서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여기까지 왔다는 걸 보고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주고 싶은 거죠. 그렇게 되려면 이제 막 한 계단을 오른 저는 더욱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죠. 지금까지 했던 대로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걸어나갈 거예요. 제 자신을 믿고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