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은 배우 정겨운을 재발견한 기회였다. 그동안 젠틀한 이미지를 고수한 그였지만 이 작품에선 치졸하고 비열한 이강준 역을 100% 제대로 소화해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아내마저도 없앨 수 있는 무서운 남자를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브라운관에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미녀의 탄생’ 속 이강준은 사건이 시작되는 계기이자 갈등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주연보다도 중요한 배역이었다.
그는 교채연(왕지혜 분)과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아내 사금란(하재숙 분)이 거슬려 살인을 사주했고, 이후 사금란이 전신성형으로 초절정 미녀 사라가 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라에게 접근하며 희대 바람둥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또한 사라가 자신의 전처라는 걸 알게 되자 사라와 그의 파트너 한태희(주상욱 분)를 죽이려하며 끝없는 악행을 진행했다.
정겨운은 마치 이전부터 악역에 익숙했다는 듯 이강준의 두 얼굴을 연기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자수를 권유할 때 “내가 왜?”라며 비열한 표정을 지을 땐 압권이었다. 소시오패스처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며 억울하다는 생각이 얼굴만 봐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악역을 해본 적은 없지만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죽이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도 느꼈다. 특히 사이코패스 같은 장면에서는 더욱 그랬다”고 답했다. 이어 “촬영하면서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열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며 “교채연이 이강준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고백할 때 ‘이 여자까지 죽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이 됐다”고 처음 도전한 악역을 어떻게 잘 소화해냈는지 설명했다. 정겨운이 악역에 대한 몰입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녀의 탄생’은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늘 젠틀한 이미지에만 갇혀있던 정겨운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멋진 외모와 중저음 음성 속에 가려진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정겨운이 앞으로도 표현해낼 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