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병에 걸렸단다. 앞으로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것 같다. 자식 된 도리 때문에 흐르는 눈물은 아니다. 몇 년 함께 살던 강아지가 죽어도 가슴이 답답한 데, 평생을 함께했던 엄마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다. 세상을 등질 나이가 아니라면 더 그렇다.
가장 아끼는 선인장 이름인 그라프토베리아 팡파레를 기억하지 못하는 레이코(하라마 미에코). 건망증이 심해진 줄만 알았다. 가족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판정받은 뇌종양, 모두가 할 말을 잃는다. 7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을 도무지 믿고 싶지 않다.
엄마의 병세는 악화하는 것 같다.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레이코의 말에는 상처와 아픔이 가득하다. 물론 자식들과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도 담겼다. 과거 ‘은둔형 외톨이’였던 큰아들 코스케(츠마부키 사토시)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생활은 궁핍해졌고, 남편(나가츠카 쿄조)은 사업에 실패하고 말만 늘어나 미웠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 없다는 말을 털어놓는다.
가족은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건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엄마까지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별까지 7일’은 우리네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담담하게 담았다. 어려움에 부닥친 가족이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철없는 대학생인줄만 알았던 둘째 아들 슈운페이(이케마츠 소스케)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움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적극적으로 뛰어다닌 그의 공은 크다.
가족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과장됨이 없다. 잔잔하지만 뭉클하게 다가와 가슴에 부딪힌다. 큰 울림의 진폭을 느끼는 이도 있을 테다. ‘국제시장’과는 또 다른 느낌의 뭉클함이다.
눈물을 쏙 빼고야 말겠다는 신파는 아니라는 점이 무엇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를 휩쓴 일본의 젊은 연출가 이시이 유야 감독 작품이다. 117분. 12세 관람가. 15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