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 3년여 유지해온 최저 환율제 폐지와 금리 인하 전격으로 발표
스위스 중앙은행, 전 세계 금융시장 놀라게 만들어
스위스 중앙은행이 누리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수적이며 안정적인 통화 정책으로 오랜 신뢰를 받아온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15일(현지시간) 3년여 유지해온 최저 환율제 폐지와 금리 인하를 전격으로 발표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SNB 관계자들이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로당 최저 환율을 1.2 스위스프랑(CHF)으로 설정한 것이 디플레와 침체를 견제하는 '디딤돌'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시장 충격이 더욱 크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9∼14일 경제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스위스가 '올해 최저 환율제를 포기할 것'으로 전망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를 '금융 쓰나미'라느니 '프랑코게돈(스위스 프랑의 지각 변동)'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자 사설에서 깜짝쇼 때문에 탄탄하던 SNB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논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CNBC 회견에서 "상당히 놀랐다"면서 "(SNB 총재인 토머스) 조던이 나한테도 귀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주요) 중앙은행장들과는 (사전에) 소통했어야 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SNB가 이처럼 다급했던 이유로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됐다. FT와 로이터 및 블룸버그에 의하면 첫째는 CHF 가치가 뛰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하면서 늘어난 SNB의 자산이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기 때문. 2011년 9월 최저 환율제를 채택하고 나서 그 규모는 4배 이상 늘어나 기록적인 4천950억 CHF(약 552조 6천1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80%로, 경제 규모로 비교할 때 대규모 양적 완화(QE)를 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나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보다도 부담이 훨씬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중앙은행(ECB) 이다. ECB가 5년여 만에 첫 디플레에 빠진 유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극단 책으로 이르면 오는 22일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도 사들이는 QE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기 때문이다,
ECB의 QE 채택은 유로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것이며 그 반작용으로 CHF 가치가 더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SNB가 '백기'를 들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ECB 전략에 물타기 한 셈"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15일 SNB 조치가 발표되고 나서 유로에 대한 CHF 가치는 한때 40%가량 급등해 SNB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음을 뒷받침했다.
금값도 이날 2% 이상 급등해, 안전 자산 수요가 많이 늘어남을 거듭 확인했다. SNB는 최저 환율제 포기를 뒷받침할 '안전판'으로, 이미 마이너스 0.25%인 금리를, 마이너스 0.75%로 더 낮췄다.
이번 조치로 가치가 뛸 수밖에 없는 CHF에 몰리는 투기 자금을 견제하려는 또 다른 몸부림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조던은 "시장이 과잉 반응한다"면서 결국 진정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가뜩이나 악재투성이인 시장이 쉽게 가라앉을 것이란 관측은 많지 않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금융 칼럼니스트 조지 매그너스는 16일 자 FT 기고에서 'SNB가 대형 사고를 쳤다'면서 앞으로 3가지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첫째는 디플레 심화를 피해야 하며, 둘째는 통화 강세로 스위스 경제의
매그너스는 SNB의 이번 조치가 올해 스위스 성장을 0.7%가량 깎아 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 번째 도전으로 SNB가 보유 자산 가치 급락도 극복해야 한다면서, 약 절반이 유로 액면임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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