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그저 귀엽고 주어진 문제만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착한 로봇’은 한물갔다. 날렵하고 강인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로봇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비하면 영화 ‘빅 히어로’ 힐링로봇 ‘베이맥스’는 이효리의 10분도, 포미닛의 4분도 아닌 단 1초 만에 상대방을 매료시킬 수 있다.
베이맥스는 테디(다니엘 헤니 목소리 연기)가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로봇이다. 힐링로봇답게 푸근한 비주얼과 치명적인 몸매, 수줍은 표정과 포즈가 인상적이다. 보통 관객의 생각 속 로봇은 빠르고 날렵한 반면, 베이맥스는 느리고 긍정적이다. 로봇에 대한 대표 이미지를 깨부수기에 신선하고 디즈니와 마블의 협동으로 제작된 슈퍼히어로라 활약상이 기발하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와 비슷한 세상 구하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베이맥스라는 점만 다르다.
뒤뚱 뒤뚱 걷고 오직 치료를 위해 탄생한 로봇이 때 아닌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뻔’한 결말이 눈에 보이지만 이를 수행하는 과정과 베이맥스와 히로의 콤비가 ‘펀’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하나인데 형제애와 가족애, 우정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끔 도와 똑똑한 애니메이션답다.
또한 동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노력 덕분에 ‘빅 히어로’에는 총 670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해 스케일부터 압도적이다. 이는 얼굴과 성격, 스타일의 다름을 떠나 캐릭터들의 특징을 비교 분석해 세분화 하는 작업을 거쳐 각각의 특성을 담은 캐릭터 자산 관리 시스템 ‘데니즌’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즈니 최초로 한국인 캐릭터 고고가 등장하기에 한국 관객에게 ‘빅 히어로’는 남다르다.
영화 상영에 앞서 강아지의 음식만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단편 ‘피스트’가 유쾌한 시작을 알렸다. 시작이 좋았듯. 영화관 불이 꺼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면 ‘빅 히어로’ 제작진이 준비한 마지막 선물을 받게 된다. 오는 21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