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새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경쟁작 MBC ‘킬미, 힐미’와 ‘인격 장애’라는 소재가 같다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이번 작품이 남녀배우에겐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라는 점이다.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과 한지민은 영화 ‘역린’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킬미, 힐미’ 지성과 황정음은 KBS2 ‘비밀’에서 커플 연기를 펼쳤다. 이후 또 다신 만난 이들 커플은 같은 시간대 드라마에서 경쟁하게 됐다. 후발주자인 현빈·한지민 커플은 어떤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로 지성·황정음 커플과 차별성을 뒀을까.
21일 오후 방송된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구서진(현빈 분)과 장한나(한지민 분)의 첫만남이 그려졌다. 로맨틱 코미디 남녀주인공의 첫만남이 늘 그러하듯, 두 사람 역시 티격태격하며 앞으로 펼쳐질 운명의 서막을 알렸다.
또 다른 인격 로빈이 나오지 못하도록 5년간 수행하던 구서진은 장한나를 만나자마자 큰 위기를 겪었다. 테마파크 동물원 우리를 뛰쳐나온 고릴라가 난동을 부렸고, 그 자리에 구서진이 있었던 것. 다행히 장한나가 잘 조련해 큰 소동으로 번지진 않았지만 혈압과 맥박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로빈으로 변하는 구서진에겐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또 다른 인격이 튀어나오지 않게 아슬아슬하게 적정선을 지킨 그였지만 그 노력은 이내 무너져버렸다. 장한나와 세 번째 만남에서 결국 로빈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던 것. 괴한의 습격을 받은 장한나를 보고도 모른 척 했지만 그 죄책감을 못 이겨 맥박이 급격하게 뛰었고, 끝내 ‘구서진의 하이드’ 로빈으로 변해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했다. 이후 장한나는 자신을 구해준 구서진에게 처음 마음을 열었고, 구서진은 봉인을 해제한 장한나를 피하며 두 사람의 얄궂은 관계를 예고했다.
전개 과정은 복잡했지만 현빈과 한지민의 ‘케미’가 깔끔해 시청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현빈은 히트작 ‘시크릿가든’ 이후 자리잡힌 도도한 매력을 십분 발휘했고, 한지민 역시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또한 두 사람이 티격태격할 땐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팽팽한 존재감을 보여줘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킬미, 힐미’ 지성과 황정음이 코미디에 기본을 둔 커플이라면, 현빈과 한지민은 로맨스에 기초한 커플이었다. 또한 테마파크 임원인 남자주인공과 소속 서커스단 단장인 여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여성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여성 시청자의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하는 건 후자 커플이 더욱 유리했다.
물론 시청자가 어느 취향을 고를 진 미지수다. 그러나 경쟁작과 소재, 장르 등이 겹친다는 부담 속에서도 훌륭하게 차별화에 성공한 두 사람의 묘수는 칭찬할 만한 부분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