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그 아무도 이들을 막지 못한다. 수리정신병원 501호에는 사고뭉치 두 녀석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유를 갈망하는 시한폭탄 승민(이민기 분)과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 유령같은 수명(여진구 분)이 바로 그들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녀석은 수리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원인제공자로 끊임없이 사고를 친다.
함께 혼나고 일탈을 경험할수록 승민과 수명의 우정은 날로 깊어진다. 티격태격했던 두 녀석은 알콩달콩으로 깊은 우정을 나눈다. 나눈 우정이 많아진 만큼 두 녀석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나간다.
자신의 인생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던 수명은 자유와 목적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승민을 보고 변화되며, 점점 인생의 주인공으로 존재감을 넓힌다. 두 녀석의 우정은 단순한 우정이 아닌 각자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거기에 진한 사나이들의 의리까지 더해져 재미있으면서 묘하게 뭉클하다.
이민기와 여진구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에 충분했고, 두 남자의 케미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이는 두 배우의 나이 차가 12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민기와 여진구는 훈훈한 비주얼과 더 훈훈한 감정과 호흡으로 나이 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스크린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새삼 닮게도 보인다.
주인공 못지않게 수리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환자들도 중요하다. 저마다의 사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먼 이웃의 이야기가 아닌 관객들 자신의 이야기와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해 격하게 공감된다. 단지 외형만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일 뿐 속은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때문에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지만 말 못할 아픔을 대신 치료해주고 속에 뭉친 응어리를 소화시켜주는 듯해 통쾌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보자마자 뻥 뚫리는 장면의 연속이 시원시원하다.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는 승민과 수명의 도주(?)는 보자마자 이들의 일탈에 동참하게끔 돕는다. 꿈과 자유를 위해 하늘을 나는 승민의 모습 역시 막힌 가슴이 뻥 뚫린다.
거기에 “이제 빼앗기지 마. 네 시간은 네 거야”라는 대사는 주인공이 아닌 관객에게 또는 청춘들에게 위로하는 듯해 이보다 더 착하고 친절한 영화는 없다. 오는 28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