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세상 풍파를 몰랐던 여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죽하면 백발이 됐다는 설까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실제 그 여자의 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김소현은 마리앙투아네트라는 인물에서 답을 구했다. 그의 상황과 주변인물, 사건에 자신을 입혀 안타까운 삶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작년 11월1일부터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김소현은 커튼콜에서도 흘러내리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작품에 빠진 모습이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김소현을 통해 역사 속에 갇혀 있는 마리앙투아네트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그의 입장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잘 모르겠다. 처음 경험해 보는 감정”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김소현의 표정은 SBS 예능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 중인 밝은 표정이 아니다. 슬픈 분위기가 감돈다. 그는 “원래 감성이 풍부한 편인데, 점점 더 예민해 진다. 배역에 따라 좀 바뀌기도 하지만 요즘에 공연장 갈 때는 마음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마리앙투아네트’의 1막은 마리앙투아네트의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사건의 발단이 되는 목걸이가 등장한다. 이어진 2막에서는 마리앙투아네트가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소현은 “2막에 감정이 휘몰아친다. 객석에서 우는 소리까지 들리면 눈물이 더 난다”며 “커튼콜에도 웃음이 안 나온다. 갑자기 웃게 되지 않더라”고 조절이 되지 않는 감정에 대해 토로했다.
이어, ‘마리앙투아네트’에 대해 “연극 같기도 하고, 드라마 같기도 하고 실제 같기도 하다. 모두가 아는 얘기기 때문에, 너무 뻔하고 단순할 수도 있기에, 배우가 같이 울지 않지 않으면 끌어올려지지 않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은 마리앙투아네트가 친권이 박탈 돼, 아들을 빼앗기는 장면에 대해 “연기로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밖에 할 수밖에 없다. 마음을 추스를 수도 없고 휘몰아치듯이 갈 수밖에 없다”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연기로는 안 되고, 연기로 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이입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김소현이라는 자신과 분리가 되는 무의 상태가 되는 거 같다고 말이다. 김소현은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순간순간이 굉장히 소중해, 벅차고 행복하다”
김소현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같은 작품을 장기간 하다보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감정에 무뎌질 수도 있을 만 하지만 김소현은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고 말하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 때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이 행복하다거나,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 도 있었지만, 요즘은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하루하루에 즐거움을 더한다는 설명이다. 작품 덕분에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특히 ‘마리앙투아네트’에서는 김소현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여리 여리하다가도, 마그리드와 함께할 때는 강한 목소리를 내뿜고, 합창 부분에서는 곡에 힘을 더한다. 이에 대해 김소현은 “성악을 전공으로 했고, 비슷한 이미지로 안정되게 표현하려고 한 부분이 있었다. 뭔가를 더 시도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소현이 밝힌 터닝 포인트는 ‘엘리자벳’이다. 작품을 통해 김소현은 “다르게도 할 수도 있구나, 알았다. 주안(아들)이를 낳고 한 첫 작품인데, 나 자신으로 살다가 다른 이름도 주어진 후, 다시 내가 내 것을 찾았을 때 느껴지는 더 소중함이 있더라”고 배우 김소현으로의 즐거움을 표현했다.
“마리앙투아네트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마리앙투아네트를 연기하면서, 김소현은 매번 눈물이다. 그는 “민중들이 ‘죽여 죽여’라고 소리치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난다. 벅차다”라며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렌즈가 빠진 적이 있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분장실에 들어가서 마저 한 쪽을 뺄 수밖에 없었다. 아예 안 보이는 상태에서 마그리드가 일으키는 데 눈물이 철철 나더라”며 “마리앙투아네트도 당시 뭐 보이는 게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도 자기편이 아닌데, 한 명이라고 눈물이 날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마리앙투아네트라는 인물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감정이었을까”라고 되뇌는 김소현의 심사숙고하는 표정에서, 단두대에 억울한 죽음을 맞은 마리앙투아네트지만, ‘김소현이란 배우를 만나, 참 다행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기를 뛰어넘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이입하고,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김소현은 알고 있었다. 작품의 배역을 뛰어넘어, 한 인물에 대해 몰입한 김소현의 표정에서는 마리앙투아네트의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서려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 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