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입대요? 3월에 갑니다. 자꾸 말하니까 유세 떠는 것 같나 봐요. 오해 받은 부분이 있어서 억울하긴 한데, 이제 그만 말하려고요.”
기사를 통해 수없이 봤던 군 입대 소식. 미안하지만 또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진혁(본명 김태호, 30)은 다소 억울해 하며 다시 말을 꺼냈다. 그는 작년 8월 서울경찰홍보단 의무결찰에 최종합격 했었다. 사람들은 ‘연예인이 군대 편하게 간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최진혁은 입대를 자진 취소했다.
“원래 경찰홍보단에 가려고 했던 이유는 거기에서 연극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배우로서 늘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군 생활을 하면서도 가능하다니까 좋잖아요? 그런데 편하게 다녀오려는 것처럼 오해가 생기더라고요. 그런 생각 전혀 없는데. 떳떳하게 다녀오려고 취소했어요. 언론을 통해서 계속 입대 사실을 말한 건, 물어보니까 대답을 할 수밖에요. 오히려 빨리 가고 싶다고 계속 말했는데 그럴수록 오해만 커지더라고요.”
그는 2년간 연기를 못하는 것 보다 “사람들의 비난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진의와 다른 이야기가 퍼지면 누구나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특히 ‘악플러의 악플 공세’는 견디기 힘들다. 평소 강직한 성격 탓에 쉽게 ‘욱’하는 최진혁은 SNS를 없앴다. 과거 악플러와 설전을 벌인 게 화제가 된 바 있다. “계정을 남겨뒀다면 아마 악플러들과 싸웠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럼에도 비난 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잊힌다고요? 제 생각에 연기 잘하는 배우는 상관없어요. 우리나라는 워낙 좁기 때문에 실력파 배우들을 항상 찾고 있거든요. 자신만 견디면 언젠가 돋보일 수 있어요.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금까지 제가 쌓아왔던 흔적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만과 편견’은 그 중 가장 의미가 큰 작품이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저도 많이 발전한 것 같네요.”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항상 집중하라’는 것이었어요. 촬영이 없을 때에도 항상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어려운 작품이니까요. 그래서 왜 멍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웃음) 구동치라는 인물은 까불거리다가도 진지했다가, 똑 부러지기도 하는 입체적 인물이에요.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이 많아 힘들었어요. 누군가 촬영 끝나고 집에 갔는데 잠이 안 오면 현장에서 모든 걸 쏟아내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집에 가자마자 뻗었어요.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어요.”
그는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트검사 구동치 역을 맡았다. 지상파 드라마 ‘첫 원톱 주연’이었다. ‘검사’라는 전문직을 다루는 만큼 대본 내용이 어려웠다.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액션신과 사랑이야기도 포함돼 감정 연기가 필수였다.
“제가 엘리트 검사 주인공이라서 사건을 끌고 가야 했죠.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친절하지 않거든요. 대사로 실마리를 풀어줘야 하고 연기로 사건 설명을 해야 하는데, 검사의 정의감, 책임감까지 보여줘야 했죠. 고민이 많았어요. 최민수 선배가 중심을 잘 잡아줘 많은 도움이 됐어요. 워낙 주변을 잘 챙기고 따뜻한 사람이시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까다로운 분이라고 오해하지만 큰형처럼 편했어요.”
그는 하지만 다른 어려운 점으로 최민수의 ‘화법’을 꼽았다. 최민수는 공식석상에서도 난해한 말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최진혁은 “실생활에서도 말을 어렵게 하는 선배에게 적응이 안됐다. 가뜩이나 드라마도 어려운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혼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일까. 그는 “최민수 선배는 대화에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수준 높은 얘기들도 많아서 배운 게 많다”고 칭찬하며 멋쩍게 웃었다.
“키가 크고 강한 인상, 또 묵직한 목소리 탓에 데뷔 직후에는 ‘실장님’ 같은 역할을 주로 했어요. 사실 그게 아닌데 말이죠. tvN 드라마 ‘응급남녀’ 때 정도의 가벼움이 딱 좋아요. 실제 성격은 완전 밝은 편이거든요. 평소에도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걸 못 참아요. 어떤 말이든 해서 그 분위기를 깨려고 해요. 드라마 초반에 구동치는 껄렁하게 나오잖아요.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러면서도 자기 할 일은 참 잘하거든요. 동치의 매력이자, 저의 매력이에요.”
최진혁은 지난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여러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본격 얼굴을 알렸다. 대중에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킨 건 지난 2010년 방영된 MBC ‘파스타’에서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때까지 그는 본명인 김태호로 활동했다는 것.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이름이 같다.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연이 숨어있다.
“개명은 ‘파스타’를 끝내고 했어요. 흔한 이름이니까요. 당시엔 제 기사가 떠도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때문에 묻히더라고요.(웃음) 심지어 그땐 일도 많이 없을 때였으니까요. 배우에 대한 고민도 많았거든요. 집안일, 회사일이 겹쳐서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평범한 이름이 더 싫어지고···. ‘최진혁’이라는 이름은 ‘혁’을 꼭 넣고 싶어서 지었어요. 가장 어울리는 걸 찾아보니 ‘진혁’이 됐고, 김진혁은 또 이상해서 최종적으로 ‘최진혁’이 됐어요.”
신기하게도 이름을 바꾸고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특별출연했던 MBC ‘구가의 서’에서는 연기력을 인정받아 마지막 회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SBS ‘상속자들’에서 호평 받았고, 이어 tvN ‘응급남녀’ 주연으로 발탁됐다. ‘오만과 편견’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는 2014년 MBC 연기대상 특별기획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또 하게 되네요. 군 문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