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출연했던 작품에 전체적으로 내가 묻어있다…”
짧은 검정 단발머리에 웃을 때 눈이 반달로 변하는 포근한 인상, 동안미모가 돋보인다. 너무도 동안이기에 실제 보다 훨씬 더 어리게 그를 보게 된다. 거기에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스크린에서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비주얼이 놀랍다. 더욱 놀라운 건 어떤 배역이든 ‘이민지화’시키는 모습과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연기력이다.
이민지는 ‘단편영화계의 전도연’으로 알만 한 관객들의 아는 배우다. 영화 ‘현기증’ ‘서울 연애’에 이어 최근 방송 중인 ‘선암여고 탐정단’을 통해 대중성을 쌓고 있다.
“주로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현기증’에서도 맞게 생긴 아이가 때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에 캐스팅 된 셈이다. 감독님도 그렇고 나 역시 내가 가진 선한 이미지를 역으로 생각한 것이다. 독립, 단편영화 때 만난 감독님들이 입봉하고 있다. 덕분에 ‘손님’에 출연하게 됐다. 마을 주민 중 한 사람이자 아이가 있는 20대다. 과거에는 단편 때 호흡을 맞춘 감독님의 연락으로 차기작을 정하곤 했다. 주로 날 찾아주는 감독님과 일을 해오다가 2013년부터 상업영화에 프로필을 내고 있다. 캐릭터가 재미있다면 단편, 독립은 물론 상업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민지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개성이 넘치다 못해 흐른다. 개성은 넘치는데 이를 연기하는 이민지가 태연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더욱 인물이 산다. ‘애드벌룬’ 속 호기심 충만한 여고생, ‘서울연애’ 속 복싱녀 민지, ‘썸남썸녀’ 조연출, ‘현기증’ 살벌한 일진 정혜 등 매번 다른 인물을 만나지만 모두 이민지화 시키며 연기가 아닌 실존인물처럼 그려낸다.
‘애드벌룬’ 속 여고생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관객을 자극했고, ‘서울연애’ 민지는 자연스러운 복싱 자태로 몰입도를 높였다. ‘썸남썸녀’ 조연출로는 쿨한 여자의 정석을 보여 웃음을 안겼고, ‘현기증’ 정혜는 현기증 날 정도로 무서운 일진으로 또 다른 변신을 알렸다. ‘선암여고 탐정단’에선 조용한 듯 할 말 다하는 하재로 귀엽다.
“‘썸남썸녀’ 조연출은 상황을 주고 거의 즉흥적인 애드리브로 했다. 결말은 막바지에 정해진 것이다. ‘애드벌룬’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장면을 상상하는 그 자체가 좋았다. 고등학생으로서 공감이 컸다. ‘현기증’에선 독특한 일진 역을 맡았다. 일반 일진처럼 안 보였으면 했다. (웃음) 진짜 때렸는데 다들 너무 친해서 조금은 괴로웠다. 일진 배역을 위해 2개월 동안 담배를 배웠다. 원래 담배도 피지 않는데 오직 배역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감독님이 속담배를 원해서 금연초도 아니고 실제 담배로 연습했다. 촬영이 끝나고 바로 담배를 끊었다.”
“출연했던 모든 작품에 전체적으로 내가 묻어있다. 굳이 고르자면 ‘서울연애’와 ‘애드벌룬’ 속 모습이 나와 닮았다. ‘이십일세기 십구세’는 가장 닮았다.”
“영화건 드라마건 촬영 현장이 정말 재미있다. 난 주로 영화만 해왔기에 드라마 현장에 적응할까 걱정도 했지만 정말 화기애애해서 바로 적응했다.”
여리 여리한 체격과 달리 이민지는 운동 등 활동적인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로 혼자 있을 때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스쿼시, 수영 등을 한다. 운동을 정말 좋아해 연기를 안했다면 체육 선수 또는 체육 교사가 됐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체육을 소재로 한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단다. 이민지의 작품 선정에 있어 체육도 중요한 소재일까.
“주로 작품을 선정하기 보단 전작에서의 친분으로 제안을 받은 편이다. 그러나 물론 작품을 보기도 한다. 일순위는 재미있는 내용이다. 내용이 재미있다면 비중이 아무리 적어도 출연한다고 말하는 편이다. 그 다음은 매력 있거나 독특한 역할을 찾는다. 스릴러 장르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사이코패스, 특수 분장이 필요한 배역도 맡아보고 싶다.”
이미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연기상(2012년), 서울독립영화제 배우부문 독립스타상(2011년) 수상으로 연기력을 검증받은 이민지는 제9회 사뽀로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이프’로 상을 받았다. 보통은 내가 출연한 영화가 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장르적인 영화에선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내 이름으로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 (웃음)”
“늘 연기에 대해서는 열려있으니 연락해 달라”고 자기PR한 이민지는 “배우로서 촬영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현장 자체가 정말 좋다”며 뼛속부터 배우임을 알렸다.
“난 낯을 가리고 조용한 성격이다. 거의 말을 안 하는데 연기할 때는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에 따라, 욕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웃고 운다. 이런 게 정말 좋다. 또한 현장 자체가 좋고 그 곳에서 보람을 느낀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물론 내 연기가 어색해 모니터링은 못하지만 말이다. (웃음) 큰 스크린으로 내 연기를 보면 민망하다.”
“배역을 위해 살을 불리고 줄이는 외형적인 변화보다는 평범한 얼굴이 장점이자 단점 같다. 얼굴이 평범하기에 어떤 역을 줘도 편하게 연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달라 보인다. 평범하기에 진짜 같고 현실 어딘가에 있는 인물처럼 보이는 것 같다.”
“지금처럼 다양한 작품과 역할로 관객을 만나고 싶고, 맡게 되는 배역이 정형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편, 이민지는 ‘손님’에 이어 ‘코인로커걸’ ‘명탐정 홍길동’ 등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제공=잉크코퍼레이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