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빅 히어로’가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전 연령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빅 히어로’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주말 3일간 전국 822개 영화관에서 관객수 66만2063명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83만9249명이다. 자극적인 액션 영화나 복고를 담은 영화가 열풍인 시점에서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빅 히어로’ = 디즈니의 감동 + 마블의 유머
지난 21일 개봉한 ‘빅 히어로’는 천재 공학도 형제, 테디와 히어로가 만든 치료용 로봇 베이맥스가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또한 마블의 동명 코믹스를 디즈니가 영화화한 작품으로, 돈 홀 감독은 지난 14일 내한 기자회견 당시 “디즈니의 감동과 마블의 유머를 하나로 만든 작품”이라 설명했다.
‘엑스맨’, ‘어벤저스’, ‘스파이더맨’ 등 마블의 영웅들을 아끼는 관객이라면 ‘빅 히어로’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잊을 것이다. 히로가 형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영웅을 모으는 단계부터, 초능력이 아닌 공학으로 악에 맞서 싸우는 장면까지 눈여겨 볼만하다. 물론 디즈니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은 별 수 없지만, 선과 악의 경계를 단편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은 의미 있다.
↑ 사진=빅히어로 포스터 |
◇ 러블리한 히어로 ‘베이맥스’
베이맥스는 전무후무한 영웅 캐릭터다. 베이맥스는 식스팩이 선명한 근육질 몸매도 아니고, 몸집은 크고 팔다리는 짧은 탓에 빠르게 걷거나 달리지도 못하며, 배터리 충전을 해주지 않으면 술 취한 동네 아저씨가 되고 만다. 그 뿐 아니다. 거대한 몸뚱이 탓에 책상 모서리 등에 부딪히거나 창틀에 끼기는 일상다반사인데다, 눈치 없는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이 베이맥스의 매력이다. 기존의 영웅이 화려하고 완벽한 근육질 남자라면 베이맥스는 마치 마시멜로가 연상되는 귀엽고 따뜻한 영웅이다. 베이맥스는 테디가 동생 히어로를 위해 만든 치료용 로봇답게 마음을 치료하는 데 특화됐다. 특히 살인은 하지 못하게 설계된 인간 친화적 로봇이며, ‘공감능력’을 가진 영웅이라 눈길을 끈다.
◇ 왜색 논란도 잠재운 디즈니의 ‘위기 대처’
‘빅 히어로’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영화 전반을 차지하는 왜색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극중 히어로가 생활하는 공간인 도시 ‘샌프랜소쿄’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도쿄를 합친 이름으로 미국과 일본의 특징을 함께 담았다. 특히 일본식 건축물에다 일본의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 그리고 히로, 와사비, 타다시 등 등장인물의 이름 역시 일본식이어서 왜색 논란이 일기 충분했다.
이 때문일까 국내 개봉한 ‘빅 히어로’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히로 하마다(Hiro Hamada)에서 히어로 아르마다(Hero Armada)로 변경됐고, 히로의 형 이름 역시 타다시 하마다(Tadashi Hamada)에서 테디 아르마다(Teddy Armada)로 바뀌었다. 또한 한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형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이에 대해 돈 홀 감독은 “우리는 영화 제작 시 국적, 성별, 나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빅 히어로’는 지난 21일 개봉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상영 중이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