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시후입니다. 작년 11월에 종영한 tvN ‘라이어 게임’과 12월에 끝난 KBS2 ‘하이스쿨 러브온’에서 뵈고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쉰 것 같은데 그동안 정말 촬영 현장이 그리워서 몸이 근질거렸습니다. 역시 일하다가 갑자기 한가해지니 허전함이 크더라고요. 그렇게 보면 2014년은 참 많이 바빴던 것 같아요. 이제 막 시작한 것치고 기회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해서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 잠깐 한 달을 쉬었는데 벌써 현장이 생각나는 걸 보니 역시 바쁜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쉬는 건 아주, 조금씩?(웃음)
◇ ‘라이어 게임’? 욕도 많이 먹었지만 정말 많이 배운 작품
제가 단편영화 ‘애타는 마음’에서도 동성애자 역을 맡았는데, 연이어 ‘하이스쿨 러브온’에서도 동성애자 고등학생 역할로 나왔어요. 원래는 엄청나게 솔직한 상남자 스타일인데.(웃음) PD님께서 영화를 보시고 저를 캐스팅을 해주셨어요. 캐릭터의 연계성이 있어서 더 유리했죠.
연달아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에 캐스팅된 걸 보면 제 얼굴에 순한 그런 이미지가 있나보다 싶어요. 사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맡은 편이에요. 동성애자 역할도 그렇고, 얼굴에 화상을 입은 캐릭터를 맡아 특수 분장도 해보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그런 독특한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을 잡아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평범한 축(?)에 속하는 ‘라이어 게임’의 최성준은 훨씬 더 어려웠어요. 캐릭터 분석을 하기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최성준이라는 캐릭터는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다가 3회에서 선글라스가 벗겨져요. 감독님은 그 때 귀여운 모습이 나오길 원하셨는데 대사는 그 전과 비슷하게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 사진=라이어게임 방송 캡처 |
나름대로 고민을 거쳐서 열심히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이렇게 연기를 했다는 것이 정말 창피할 정도더라고요. 저는 정말 잘 하고 싶었는데 생각한 만큼 잘 안 되니 중간 중간 힘든 게 왔어요. 또 ‘라이어 게임’에는 다들 연기를 오래 하신 분들만 모아져 있는데, 저만 ‘쌩 초자’ 신인이었거든요. 제가 못해서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고, 긴장도 많이 됐죠. ‘좀 더 잘할 걸’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배우고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웃음) ‘라이어 게임’ 끝난 뒤로 인터넷 검색을 잘 안하게 됐어요. 다른 선배님들이 워낙 잘 하시다보니 저의 부족함이 더 부각된 것 같아요. 아마 많이 못해보였을 거에요.(웃음) 그렇다고 막 속상하진 않아요. 선배님들도 현장에서 ‘신인 때 많이 욕먹었다’는 말씀을 많이 격려해주셨어요. 그러다보니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더 잘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기억이 나요. 정말 선배님들께서 막내인 저보다 훨씬 열심히 하시던 모습이 인상 깊기도 하고요.
◇ 연기의 시작? 전광렬 선배님의 ‘연기 계속 하라’는 한 마디
연기는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했어요. 연기학원에서 우연히 드라마 ‘왕과 나’에 캐스팅 돼 데뷔를 하게 됐고, 그 후에 계원예술고등학교를 거쳐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들어갔어요. 본격적으로 소속사에 들어가 일하기 시작한 지는 이제 막 1년이 됐고요.
부모님께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고, 겨우 허락을 받아내서 학원 보내주신지 3개월 정도 지나고 ‘왕과 나’를 들어가게 됐어요. 좀 빨리 들어간 편이죠? 그때 프로필 사진을 찍었었는데 캐스팅디렉터 분께서 이미지가 좋다고 저를 추천하셨거든요. 사진 찍어놓고 보니 다른 분들께서 주진모 선배님을 닮았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왕과 나’ 캐스팅은 순전히 사진의 힘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왕과 나’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들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잘 하고 싶어지니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자는 마음이 들었던 거고요. 함께 촬영했던 전광렬 선배님께서 제게 ‘이미지 좋다. 연기 계속 하라’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그 말이 저를 더 연기에 빠져들게 만들었죠. 전광렬 선배님께서 감독님께 저를 계속 찍어주라고 추천도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바스트샷도 들어가고 대사도 하나 생기기까지 했어요. 제가 내시 역이었는데 아이들 바지 벗겨놓고 ‘통이요, 불통이요’하는 장면이었는데, 잊지도 않아요. 전광렬 선배님, 감사드립니다.(웃음)
↑ 사진=엠지비엔터테인먼트 |
전광렬 선배님이 말씀하신 ‘좋은 이미지’가 뭘까 많이 생각해봤어요. 혼자 생각한 바로는, 그게 어느 역할을 맡아도 튀지 않는 다는 걸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제게 안 어울리는 역할은 없는 것 같다는 말씀은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게 축복받은 거라고도 많이들 하시고요. 그게 사실 저만의 무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키 크고 잘생긴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저는 특출나게 잘생긴 것보다는 은근히 호감가게 생기지 않았습니까?(웃음) 다른 것보다 무슨 역을 맡아도 이상하지는 않거든요. 들뜬다고 해야 할까? 그런 면이 다행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녹아드는 것. 그게 제 매력인 거죠.
저는 지금이 학생 연기에서 성인 연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것 같은데요.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게 남자 배우에게는 목소리가 참 중요하다는 거예요. 지금 하는 분들 보시면 목소리가 낮고 듣기 편안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시청자들께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기거든요. 그 편안한 연기의 시작이 목소리인 것 같더라고요. 연기를 잘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전부 다 듣기 편안한 목소리를 가지셔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 날 현장으로 이끄는 연기의 매력, 뭘까?
연기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었냐고요? 전엔 가끔 친구들을 보면 ‘다른 일을 해볼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21살 무렵 일이 정말 하나도 없었을 때에는 더 자주 그런 생각을 했죠. 하지만 제가 제일 잘 하고, 하고 싶은 게 이 일라는 결론은 달라진 적 없어요. 평생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고, 꿈을 꾸면서 가장 행복한 게 연기라는 건 변함없더라고요.
그렇게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연기. 사실 아직 연기의 매력이 뭔지 찾고 있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현장을 떠나면 현장에 다시 가고 싶어져요. 저를 그렇게 만드는 힘이 뭘까 궁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뭘까, 뭣 때문에 연기가 나를 이렇게 끌어들이는 걸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아직은 답을 찾지 못한 것 같아요. 강렬하게 남은 감정은 즐거웠다는 것 정도죠. 조만간 그 답을 찾아낼 것 같아요. 아직 저는 어리고 신인이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하나씩 답을 찾아가는 지금의 과정이 맞는 것이라 생각해요.
↑ 사진=엠지비엔터테인먼트 |
제 롤모델이요? 20대는 유아인 선배님, 30대는 조인성 선배님, 40대는 박신양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거예요. 굉장히 체계적이죠?(웃음) 유아인 선배님의 자연스러움을 20대 때에 닮고 싶고, 30대 때에는 조인성 선배님의 표정 연기를 닮고 싶고, 40대 때에는 박신양 선배님처럼 화끈한 연기를 닮고 싶어요. 특히 박신양 선배님은 영화 ‘약속’부터 전부 다 챙겨봤어요. 제 롤모델 분들과 같이 연기할 날이 올까요? 온다면 정말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배울 것 같은데.(웃음)
이제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흘러나오는 배경에서 자전거 타고 산길을 내려오는, 그런 풋풋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풋풋한 첫사랑 연기. 이것도 굉장히 체계적이죠?(웃음) 나중에는 느와르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태권도 4단이랍니다. 운동신경은 정말 좋아서 액션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얼굴이 좀 앳돼서 느와르는 좀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시켜주신다면야 열심히 해내겠습니다.(웃음)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