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강아솔의 음악은 차분하고 착하다. 노래 가사는 그 흔한 영어도 들어가 있지 않고 사전을 고이 찾아서 쓴 한글로만 온전히 채워져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의 청아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불순물 없이 순도 100% 같은 강아솔의 음악은 그의 실제 모습과 닮아 있다. 화장기 없는 풋풋한 얼굴과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강아솔은 그의 음악 그 자체였다.
지난 2013년 11월 정규 2집 ‘정직한 마음’을 발표했던 강아솔은 오랜만에 피아노 소곡집으로 잠깐의 변신을 보여줬다. 절친한 재즈피아니스트 임보라트리오와 피아노로만 작업한 소곡집을 내놓았다. 특히 임보라는 강아솔이 서울에 올라와 만난 인맥 중 하나로 선생과 제자로 첫 만남을 가졌다.
↑ 사진=일렉트로 뮤직 제공 |
피아노 레슨을 받을 당시부터 즐겨듣는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던 두 사람은 재회 후 특별한 계획 없이 자연스럽게 콜라보레이션 음반을 제작하게 됐다. 악보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임보라와 달리 곡 작업을 위해 악보 제작은 필수였던 강아솔은 나름의 고충도 겪었지만 꾸준히 소곡집을 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프로젝트가 아닌 자연스럽게 둘이서 하고 싶을 때 낸 거라서 서로 마음이 있는 한 계속될 것 같다. 진짜 신기한 게 임보라가 만든 곡인데 제가 작곡한 것처럼 이질감이 없다. 부르는 것이기 편했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생각했고 사실 같은 팀 같은 느낌이다.”
알다시피 강아솔을 제주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제주도 출신 뮤지션이다.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10대 후반에서야 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잠들기 전 아버지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해주던 시간을 보냈으니 음악은 강아솔에게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 됐다. 그러면서 작곡가의 꿈을 키웠고 서울 진출을 위해 모 대학 유아교육과에 진학했다.
“무조건 서울만 가자는 생각으로 유아교육과로 진학을 했는데 과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결국 학교도 잘 안 나갔다. 근데 복수 전공으로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했는데 그제서야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감성이 쌓였다. 그래도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실용음악 학원은 꾸준히 다녔다. 방학 때마다 제주도에 내려가느라 중도에 멈추긴 했지만.(웃음)”
본격적으로 클래식 작곡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편입을 결심했지만 결국 편입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예상과는 달랐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친근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강아솔은 “겁이 많아서 시험을 보지 않았다”라고 고백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하고 겁도 많다. 그래서 학교를 들어가려고 한 것인데 떨어질 것 같아서 아예 시험을 안 봤다. 사실 부모님도 모르는 일이다.(웃음) 시험 자체가 무서워지고 떨어지면 오는 실망감을 마주하기가 무서웠다. 시험을 안 보고 ‘엉엉’ 소리 내서 울었다. ‘나 같은 건 음악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다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갔다.”
근데 기적같은 일이 생겼다. 음악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후 제주도에서 안정을 찾고 있던 강아솔을 찾은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영화 음악 요청과 동요 제작 제안도 왔다. 대학원을 가기로 결심하기 전에 우연히 만든 음반은 강아솔에게 더 큰 세상을 열어줬다.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CD를 제작했는데 이 데모 CD를 듣고 한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유통하자는 요청이 왔다. 유통된 그의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듣고 온스테이지 팀까지 연락이 왔다.
음악으로부터 도망갔지만 결국 돌고 돌아 음악과 마주하게 됐다. 유년시절 제주도가 그에게 준 영향력 못지않게 현재는 소속사(일렉트로 뮤직)을 통해서 새로운 문을 만나게 됐다. 그는 “전 워낙 수동적인 애라서 저보다 앞선 선배이자 어른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그들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 마음과 태도로 살아서 그 모습이 10년 후에 제가 된다면 그것으로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정규 3집을 발매하는 것이 목표인 강아솔은 먼저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의 프로젝트 앨범 ‘올댓제주’에 참여해 대중들을 만날 계획이다. 겁 많고 욕심 많던 그 뮤지션은 이제 낯선 이들과의 협업에 감사하고 즐길 줄 알게 됐다. 강아솔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실 제 음악은 제가 겪은 것, 들었던 말들로 만든 개인적인 이야기다. 근데 어떤 분들은 그걸 자기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군가가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