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그 시절, 그 음악들에 청춘들의 풋풋한 러브스토리까지,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킨다.
영화 ‘쎄시봉’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 등을 배출한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다. 전설의 듀오 트윈폴리오가 사실은 3명의 트리오였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는 실존 인물들과 그들의 음악에 얽힌 실제 사연은 물론, 오근태(정우 분)와 민자영(한효주 분)이라는 가상의 인물과 그들의 가슴 시린 첫사랑 이야기가 더해졌다.
세대를 뛰어 넘는 ‘사랑’에 대한 공감은 더할 나위 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대나 세대를 막론하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살 무렵의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가슴 아팠던 사랑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감정을 그리면서 젊은 관객층의 마음까지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앞서 언급한 ‘사랑’을 정우와 한효주가 이끌어간다면, 강하늘, 조복래는 감칠맛 나는 가창력으로 그 시절 추억의 명곡들을 감미롭게 살려낸다. ‘담배가게 아가씨’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웨딩 케이크’ 등 다양한 명곡들이 등장하지만 러닝타임상 맛보기 식으로 들려주는 것이 조금 아쉽다.
20대 시절, 그들의 음악 이야기 그리고 연애담은 영화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쉴 새 없이 들리는 멜로디에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썩 흥미롭다. 하지만 후반부 40대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부터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마초 파동 뒤 20년을 건너뛰어 40대가 된 장희(장현성 분), 근태(김윤석 분), 자영(김희애 분)이 미국에서 재회하는 부분은 갑자기 신파가 된다. 더구나 김윤석, 김희애의 격한 감정신은 조금 과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세월이 흐른 이후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성급하게 마무리 된 까닭이다.
물론 20대에 비해 짧은 분량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 여파는 적지 않다. 분명 ‘쎄시봉’은 보는 재미에 듣는 즐거움, 애틋한 감성까지 갖춘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20대 청춘들의 연애담과, 이후 그 젊음을 추억하는 후일담 사이 적절한 지점을 찾았다면 마지막까지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5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