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우먼 장도연은 요즘 참 바쁘다. tvN 신년특집 드라마 ‘미생물’에서 ‘빵’ 터뜨리더니,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코너 ‘187’로 새해 첫 1위 팀이 됐고, SBS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에서도 꾸준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TV 틀면 장도연이 나온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장도연은 정작 이 말에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눈치다. 칭찬하는 말에는 무조건 손사래를 치며 “이런 말은 낯설다”고 오글거려한다. 차라리 “밟히는 말이 더 편하다”란다. 그런 장도연은 말도 참 조곤조곤하고 리액션도 조심스럽고, 웃음소리마저도 조용조용하다. 원래 성격이 조용하냐고 물으니 의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렸을 적부터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소녀”였단다.
↑ 사진=정일구 기자 |
“처음 개그 할 때 부모님께서 정말 반대를 많이 하셨다. 어렸을 적부터 특출하게 끼가 많은 스타일도 아니었고, 낯가림도 있고 성격도 소심해서 행여나 제가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하셨던 거다. 옛날부터 어머니께서 제가 키가 크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잘해야 나가서 욕을 안 먹는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자라서 심지어 버스에서 내리려고 벨을 누르는 것조차 눈치를 볼 정도로 내성적이었다. 그런 제가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에서 코너를 3개씩 할 줄 누가 알았겠냐. 정말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제가 TV에 나오는 게 신기하다고 항상 얘기하고 다니는데 옛날의 나를 떠올리면 정말 신기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개그우먼이 된 후로 내성적인 성격은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조용한 사람이 개그우먼이 돼, ‘코빅’에서 코너를 3개나 한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장도연 스스로도 그건 참 신기한 일이라고 한다. ‘187’ ‘오춘기’ ‘썸앤쌈’ 등으로 많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비결을 물으니 장도연은 “애매함?”이라고 대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도 제게 ‘코너 또 하냐’고 놀리기도 하는데, 저는 그럴 때마다 ‘나같이 캐릭터 두루뭉술한 사람들이 원래 얇고 길게 가는 법’이라고 대답한다. 저는 어디 끼어도 튀지 않는 게 있다. 저는 그걸 ‘애매하다’고 표현하는데, 저의 그 ‘애매함’이 코너를 많이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저는 그렇게 해서 길고 가늘게 가고 싶다. 방송을 하는 이유는 재밌게 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경쟁 같은 건 정말 싫어한다. 평화롭게, 스트레스 없이, 재밌게 방송을 길게 하는 것이 제 꿈이다.”
하지만 9년을 개그우먼으로 산 장도연에게는 이렇다 할 유행어나 코너가 없다. 장도연이 표현한 대로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 스스로도 “제게는 대표적인 게 없다”고 인정한다. 대중들에 강하게 인식될 기회가 없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법도 하건만, 장도연은 “송은이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큰 인기 없었어도 9년을 버텼다. 그 기간 동안 스트레스보다는 ‘부족한가보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방송에서 송은이 선배님께서 ‘나처럼 유행어 없이 오래 방송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내게는 그 말이 정말 위로가 되더라. 사실 송은이 선배님 이름을 대면 모를 사람 대한민국에 없지 않겠나. 그런 선배님께서 말씀하시니, 굳이 유행어나 이런 게 있지 않아도 이어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저와 1년 선배인 박나래 씨가 콤비처럼 잘 나오는데, 정말 친하고 서로의 아이디어가 정말 웃기다고 칭찬을 많이 해준다. 그렇게 호흡이 잘 맞고 마음을 이해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스트레스 없이 개그생활을 잘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9년 동안 그렇게 ‘키 큰 개그우먼’으로만 불리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패러디 드라마 ‘미생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을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미생물’에서 그는 ‘미생’의 안영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따라하며 실시간 검색어에 꾸준히 랭크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처음부터 이 캐릭터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장도연은 “처음 이 드라마에 들어갈 때 저만 안 닮아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비화를 전했다.
“처음에는 제가 제일 캐릭터가 없어 보이는 역할인 것 같아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다. 장수원 오빠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었고, 다른 배우들도 다 ‘미생’과 싱크로율이 높았는데, 저만 하나도 안 비슷했다. 그래서 가발을 써보기도 하고, 가슴에 오만가지 다 집어넣어 보기도 하고, 눈이라도 커 보일까 싶어서 생애 처음으로 렌즈를 껴보기도 했다. 강소라 씨 연기를 정말 많이 보고, 톤도 비슷하게 하려고 했는데 저는 어떻게 해도 그냥 장도연이더라.(웃음) 저 혼자 원작과 너무 안 닮아 누가 될 것 같았는데 제가 화제가 돼 정말 아직도 이상하다.”
‘미생물’은 단 2회분의 패러디드라마였지만, 분위기만큼은 최고였다고 장도연은 설명했다. 심지어 2회를 방영할 때에는 당시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방송을 봤다고 웃었다. 장도연은 “종방연 하듯이 고깃집에서 크게 틀어놓고 같이 봤는데 우리끼리도 ‘누가 보면 대하드라마 찍은 줄 알겠다’며 웃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게 ‘미생물’이 화제를 모은 새해 첫 주, ‘코빅’에서 장도연은 ‘187’ 코너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5년 시작이 참 좋았다는 말에 장도연은 “사실 ‘187’은 제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저랑 (유)상무 선배는 ‘187’에 늦게 들어갔다. 원래 (양)세형이와 후배들이 모인 코너인데, 키 큰 사람들이 무릎 꿇고 세형이를 우러러보면서 ‘키 크다’‘부럽다’라는 얘기하는 게 웃길 것 같아서 늦게 합류했다. 처음 녹화할 때 코너에 세형이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정말 웃겨서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세형이와는 동갑이고 해서 엄청 친한데, 세형이가 이 코너로 힘든 순간을 잘 털어낸 것 같아서 울컥하고 감동을 받았다. 제가 도움을 준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장도연에게 그렇다면 좋은 개그란 뭘까. 그는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바람직한 개그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개그 스타일은 있다며 손뼉을 쳤다. 장도연은 실생활에서도 그런 것처럼 개그 속에서도 ‘조곤조곤하게’ 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옛날에는 웃어주는 게 신났다. 반대로 안 웃어주면 내가 역량이 많이 부족하구나 싶어서 실의에 빠지고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실의에서는 좀 벗어났다. 지금은 내가 재밌는 걸 하는 게 더 크다. 지금은 실수를 해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 것 같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전에는 무대 위에서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무대 위에서 놀아봅시다’라는 마음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전에는 조곤조곤한 말투라서 개그형 연기가 아니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저는 제 스타일의 연기를 계속 하고 싶었고, ‘오춘기’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스타일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연기를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조곤조곤한 연기를 제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싶다.”
장도연은 신동엽과의 인연이 있다고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개그맨 시험을 보게 된 것도 우연히 웃긴 일반인을 뽑는 콘테스트에 지원했다가 거기에서 만난 신동엽이 ‘꼭 개그맨 시험을 봐라’고 해서 용기를 냈고, 그 후에 토크쇼에서 만난 신동엽이 ‘너 정말 웃기다’고 말해줘서 그 말로 9년을 버텼다고 한다. 자신감이 없어질 때에는 “나 신동엽 선배가 웃기다고 한 사람이야”라고 되뇌며 자신감을 찾는다고. 장도연에 만약 개그우먼이 안 됐다면 어땠을 것 같냐고 물으니 “후회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답 안에 개그에 대한 사랑이 담뿍 묻어났다.
“개그는 본업이고 평생 계속하는 거다. 연기 같이 다른 건 여유가 될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은 저도 만약 개그우먼을 안 했으면 뭐 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정말 제가 이걸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개그우먼을 하게 돼 정말 감사할 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