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2월 극장가에도 1월에 이어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를 합친 신조어로 남성 간의 애틋한 감정 또는 관계를 의미)가 열풍이다.
2월 ‘폭스캐처’,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2’), ‘킹스맨’, ‘모데카이’ 등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다룬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에도 ‘내 심장을 쏴라’, ‘강남1970’ 등 브로맨스가 중심을 이룬 작품이 등장했다. 남자들의 진한 우정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 허술한 주인과 시크한 하인의 ‘환상 호흡’
‘모데카이’와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어딘가 2% 모자란 주인과 그 주인을 완벽히 채우는 하인,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미션을 해결한다. ‘모데카이’ 속 천재 사기꾼 모데카이(조니 뎁 분)와 그의 하인 조크(폴 베타니 분)는 ‘환상의 사기꾼’ 콤비가 돼 전 세계인을 상대로 미술품 사기극을 벌인다. 두 사람은 한 그림의 행적을 쫓던 중 그림 속에 나치의 비밀계좌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러시아 집권층, 이슬람 테러리스트, 중국 마피아, 예술품 밀매업자 등으로부터 도망치며 거액을 챙길 꿈을 꾼다.
이렇듯 겉으로는 잘난 체 하지만 허술한 주인과 겉으로는 툴툴거리지만 실속 있는 하인의 매치는 관객에게 유쾌함을 선사한다. 마치 잘 짜인 코미디 속 만담콤비처럼 주거니 받거니 장단을 맞춰가며 재미를 더하는 셈이다. 이런 장르에는 슬랩스틱이 빠질 수 없고, 몸개그의 재미를 십분 살리는 남성 배우들 덕분에 관객은 즐겁다.
◇ 주인공과 조력자의 ‘미묘한 신경전’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 났지만 그 능력을 발휘할 줄 모르는 어린 사내가 있다면, 그에게는 언제나 조력자가 등장한다. ‘킹스맨’의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와 ‘폭스캐처’의 존 듀폰(스티브 카렐 분)이 그런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다. 물론 방식은 전혀 다르다. 해리 하트는 문제아인 에그시(태론 에거튼 분)를 비밀정보요원 킹스맨으로 완벽히 키워내지만, 존 듀폰은 형의 그림자에 묻혀 빛을 내지 못하는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 분)를 재정적으로만 지원한다.
존 듀폰은 레슬링 부문 금메달리스트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 분)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마크 슐츠를 자신의 레슬링 팀 폭스캐처에 합류시킨다. 두 사람은 합심해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선전하길 기원하지만, 존 듀폰의 지원과는 달리 마크 슐츠는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고 둘 사이에 균열이 간다. 간간히 존 듀폰은 이해할 수 없는 돌발행동을 보여 마크 슐츠를 당황케 한다.
해리 하트가 에그시에게 모범이 되는 스승이라면, 존 듀폰은 마크 슐츠보다 어른이지만 동료의 느낌에 가깝다. 나이든 스승과 어린 제자 사이에는 언제나 미묘한 신경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린 제자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재능을 펼쳐보일 때는 즐겁기도 하지만(‘킹스맨’), 스승이 언제나 가지고 싶었던 능력을 제자가 가지고 있을 때 은근한 질투심이 일기도 한다(‘폭스캐처’).
조력자와 주인공의 관계에서 연기력이 더욱 돋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히 조력자 역할이다. 주인공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스승의 치부를 찌르기도 하고,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스승은 제자의 예상치 못한 타격에 회복 불능 상태가 되거나 혹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계기를 갖기도 한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사내에게서 받는 타격은 결코 회복하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콜린 퍼스와 스티브 카렐은 농익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만 2월 극장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면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 없다는 점이다. 브로맨스도 즐겁지만 때로는 ‘청바지 돌려입기’(2005), ‘써니’(2011), ‘유아 낫 유’(2015) 등과 같은 여자들의 우정 이야기도 필요한 시점이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