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주피터 어센딩’이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주피터 어센딩’은 지구를 넘어서 우주 안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인 아브라삭스 가문이 통치자인 여왕을 잃으면서 혼란에 빠진다. 아브라삭스 가문의 계승자인 발렘(에디 레드메인), 칼리크(튜펜스 미들턴 분), 타이터스(더글러스 부스 분)는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세력 다툼을 벌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주피터 존스(밀라 쿠니스 분)로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전자를 타고난 인물이다. 주피터는 이민자의 신분으로 부잣집의 가사도우미를 하는 등 자신의 삶을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급작스레 우주로 향하게 되고, 자신이 우주를 통치할 ‘여왕’의 신분임을 알게 된다.
↑ 사진=주피터어센딩 포스터 |
말 그대로 ‘선택받은 자’인 주피터는 전직 군인인 케인 와이즈(채닝 테이텀 분)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구하려 나선다. 그러나 급작스레 환경이 바뀐 탓일까 주피터는 반복해서 악수를 둔다. 케인은 그의 곁에서 여러 번 목숨을 구하고, 주피터는 그런 케인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브라삭스 가문에게 지구는 ‘돈벌이에 쓰이는 자원’에 불과하며, 주피터는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맡아 아브라삭스 가문과 맞서 싸운다. 케인과 힘을 합한 주피터와 아브라삭스 가문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광선을 쏘아댄다. 마치 완성도 높은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전투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워쇼 스키 감독들은 실감나는 전투신을 촬영하기 위해 시각 효과와 실사 촬영을 조합해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판타지 세계를 촬영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장소를 물색해 로케이션 촬영에 나섰다. CG 작업 등에 참여하는 미술 팀 역시 최대한 많은 인원으로 꾸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어 미학적인 측면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쏟았다.
그런 감독들의 노력은 빛을 발해 영화 속에 그대로 구현된다. 광활한 우주는 실제 세계라고 착각할 정도로 완벽하며, 아브라삭스 가문이 사는 도시는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다. 그러나 스토리가 빈약한 탓에 이런 화려한 장치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평면적인 선과 악의 캐릭터가 종식하는 듯 보였던 할리우드에 또다시 ‘악’이라는 단면만 가진 인물들이 등장했다.
‘주피터 어센딩’은 사악한 인물들이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고, 선량한 시민은 알고 보니 태생부터 다른 영웅이었다는 평범한 이야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워쇼 스키 감독은 이미 ‘매트릭스’ 시리즈와 ‘브이 포 벤테타’ 등의 작품에서 독특한 발상과 신선한 스토리 전개로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고 있는 탓에 안타까움이 더욱 커졌다.
라나 워쇼스키는 “이번 작품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관한 영화다. 주피터는 고향도, 아버지도 없이 태어나 어둡고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삶만 경험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혐오하던 주피터가 아버지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면서 우주라는 세계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만난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고자 한 바는 관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극중에서는 화려한 볼거리와 강렬한 로맨스 탓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화려한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부진 체격의 채닝 테이텀과 장면마다 바뀌는 밀라 쿠니스의 패션은 관객을 매료시킨다. 아름다움은 부족한 서사를 감싸며 낭만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오는 5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