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드디어 김준호 그리고 코코엔터 주주들의 대화가 시작됐다.
오늘(5일) 등기 이사와 김준호를 포함한 5여명의 주주가 모여 1차 ‘코코엔터’ 주주간담회를 열었다. 실질적으로는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지만 ‘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날 열린 1차 간담회에서는 김준호를 비롯한 참석한 모든 주주들이 자신들의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비록 폐업을 반대했던 주주와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그간의 감정적인 오해를 푸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다음주 예정된 2차 간담회를 비롯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대로 모든 주주가 참석하는 ‘코코엔터 주주총회’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처음으로 김준호의 책임을 물으며 강하게 비판했던 초기 투자 주주도 참석했다. 김준호가 그간 언론을 통해 수없이 만남을 요청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명확한 답을 얻어내진 못했지만 소통 없이 각자의 억울함만 쌓아두던 과거와 달리 직접 대화를 했다는 부분에서는 양측 모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불행이도 사태는 더욱 악화돼갔다. 김준호가 ‘코코엔터’의 현실적 상황과 ‘소속 연예인들의 살길’을 두고 고군분투 하던 사이, 한 초기 투자자가 김준호의 ‘도의적 책임’을 물으며 전면 비판에 나섰기 때문. ‘절친’의 버거운 짐을 덜고자 김대희가 총대를 메고 나섰지만 이 조차 논란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쯤 되면 ‘뭘 해도 안되는’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김준호는 여전히 굳건했다. 오히려 “우산이 돼주려고 시작한 일인데 후배들을 함께 비를 맞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슴이 사무친다. 그래도 피하지 않겠다. 반드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후배들을 걱정했다.
사실, 김준호에겐 말 그대로 ‘도의적 책임’만 있을 뿐이었다. 이 책임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지만 지나치게 악의적으로만 흘러가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알려진 대로 김준호는 경영 대표가 아닌 콘텐츠 대표다. ‘코코엔터’는 경영과 콘텐츠 부문으로 명확히 나뉘어져 있고, 김준호는 그간 콘텐츠 대표로서의 역할을 충실이 해왔다. 소속 연예인의 인지도, 영역을 확장시키며 소속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국주 김지민 김준현 조윤호 등 스타 개그맨을 배출하는데 기여했고, 본인 역시 본업에 충실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그 결과, 코코엔터의 콘텐츠는 스타 예능인이 소속돼 있는 그 어떤 대형사보다도 탄탄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이와는 별개로 회사 돈을 횡령해 도주한 건 경영대표인 김우종 대표다. 콘텐츠 사업을 해야 할 투자금을 외식사업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빚었고, 소속 연예인들을 성장시키기는커녕 정산문제를 거듭 일으키며 신뢰를 잃었다. 지속적인 자금난은 고스란히 소속 연예인들의 생활이 걸린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이어졌고, 수습이 불가해지자 무책임하게 회사 돈을 빼내 외국으로 도망까지 쳤다.
경영부실로 생겨난 이 사태에 대해 주주들 역시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다. 투자라는 건 이익과 손해를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 가만히 앉아서 알아서 돈을 주워 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당혹스럽고 아깝고, 또 화가 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책임을 김준호에게만 물을 순 없는 실정이다.
평소 그를 향한 악감정 때문인지, 공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격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그간의 시련들은 김준호에겐 필요 이상으로 가혹했다. 비정상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했다. 김준호가 대중들에게 노출돼 있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양이 되는 건 정당치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준호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있다. 그는 최근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믿었던 친구가 나를 버리고 도망쳤을 때, 그 배신감에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고 했다.
또 “지금은 그런 아픔조차 느낄 여유가 없다. 나를 믿고 기다려준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사태를 해결해야한다. 시간이 없다”고 불안해 했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김준호가 ‘밉다’고 한다. 악성 댓글도 여전히 넘쳐난다. 하지만 미운 것과 잘못한 건 엄연히 다르다. 어떤 악의적인 시선과 비난이 또 다시 그를 괴롭힐지 모르나, 분명한 건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어렵사리 첫 단추를 끼웠고 두 번째 단추를 끼우기 위해 또 다시 부리나케 뛰고 있다. 그가 ‘진짜 사나이’로 불리는, 온갖 시련 속에서도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