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촌스러운 빨간 목폴라를 입고서도 지적인 매력을 철철 흘리던 윤형주. 미성의 목소리로 많은 여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를 배우 강하늘이 자신만의 색으로 재탄생 시켰다.
시인 윤동주와 6촌인 윤형주는 의대에 재학 중인 소위 ‘엄친아’였다. 그는 잘생긴 외모에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음악 감상실 인기 순위 1위를 독차지했다. 그런 그가 송창식과 트윈 폴리오를 결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 그에게도 걸림돌은 있었다. 윤형주의 아버지는 윤형주가 음악을 하지 않고 의사가 되길 바랐고, 윤형주는 아버지의 말을 어기면서 쎄시봉에 공연을 올렸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윤형주 선생님을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자유롭게 연기하기 보다는 누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묘사하는 게 중요했어요. 우선은 ‘윤형주 선생님의 명예에 먹칠하지 말자’를 목표로 설정했죠. 목표가 구체적이라 연습 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도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아쉬운 점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하.”
강하늘이 윤형주를 연기하는 데 부담감이 컸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강하늘의 아버지는 윤형주의 오랜 팬이며, 쎄시봉의 라이벌 클럽인 오비스캐빈 무대에 설만큼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다. 강하늘은 아버지께서 자신이 출연한 작품 중에 ‘쎄시봉’을 가장 좋아한다며, 1년 전 ‘쎄시봉’을 촬영할 당시부터 개봉일을 궁금해 했다며 미소지었다.
“때문에 윤형주 선생님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의상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어떤 게 적합할지 고민을 거듭했죠. 노래를 부를 때는 윤형주 선생님의 영어 발음을 따라하려 애썼어요. 요즘은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하려 하지만, 윤형주 선생님이 했던 영어는 투박한 발음이죠. 조금은 촌스러울 수 있는 부분을 살리려 했어요.”
↑ 사진=이현지 기자 |
“내 이름을 걸고 참여한 작품에서 분량이 적어서 아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쎄시봉’을 위해 내 분량은 필요한 만큼 나왔다고 생각해요.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윤형주 선생님이 음악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갈등하는 에피소드가 많이 생략된 점이죠. 물론 감독님이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하다보니 편집하셨을 테고, 그건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윤형주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던 장면이 많았는데 그러질 못한 건 아쉽죠.”
배역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배우가 아니라고 말하던 강하늘은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면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드라마 종영 직후 연극에 출연하겠다고 알리면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우가 유명한 작품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게 아니라 공연에 선다는 게 의아해서다. 이에 대해 강하늘은 자신만의 소신을 전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강하늘은 공연을 사랑하는 천상 배우였다. 그는 연극이 잘되면 자신이 위안을 얻는 기분이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강하늘은 26살이라는 젊은 나이가 무색하게 애어른 같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그는 큰 배우로 성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인기’가 아니라 ‘소신’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전 언제나 대본을 먼저 읽고 배역을 확인해요. 그건 역할을 보고 대본을 보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죠. ‘여기서 이런 이미지를 보여줘야지’하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건 작은 그릇을 가진 배우이에요. 작품이 먼저 있고 그 안에 배우의 역할이 있어야 해요. 물론 이런 것도 작품의 결과물로 설명되는 것이겠지만. 하하.”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