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연예인들은 많다. 삼둥이 덕분이긴 하지만 요즘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송일국을 비롯해 감독과 배우, 화가로도 활동하는 하정우 등 꽤 많은 이들이 부모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 이름을 기억해도 될 만한 이를 한 명 추가해야겠다.
배우 나한일의 딸 나혜진(25)이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이름 3글자에 민감하게 반응할 법하지만, 나혜진은 굳이 그럴 생각은 없다. 당연히 양어깨에 부담이 가득 쌓이는 듯하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그 부담을 안고 가려고 한다. 오히려 나한일의 딸로서 어렸을 때 촬영 현장을 더 많이 경험했고, 현재의 이 길에 들어서게 해줬기에 감사할 따름이란다.
나혜진은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고 있다. 몇몇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신인. 2013년 개봉한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지난해 영화 ‘족구왕’에서도 단역으로 잠깐씩 등장했다. 현재는 MBC 월화극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월향루의 기생 청옥으로 출연 중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비중이 꽤 커졌다. 장혁의 비밀 무사 중 한 명으로, 무사 그룹에서 홍일점이기도 하다. 물론 눈썰미가 좋은 이들 정도가 그를 알아볼 정도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 해동검도를 배웠던 나혜진은 칼을 잘 다루고 말을 잘 탄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오디션을 봤고, 당당히 합격했다. “분량은 작지만 재미있는 캐릭터더라고요. 기생으로 신분을 속이는, 칼 잘 쓰는 무사잖아요. 사실 어렸을 때 칼 쓰는 법은 배웠는데, 말은 잘 못 타요.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서 잘한다고 했는데 탄로 날까 봐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매일 승마 연습을 했죠. 그런데 아직 제가 말 타는 신은 안 나오네요.(웃음)”
“호위 무사 중 여자는 저 혼자라서 그런지 초반에는 계속 부르셔서 촬영장에 매일 같이 달려갔죠. 제가 많이 등장하진 않는데도요. 사실 고생하면서 찍은 장면은 많은데 그것에 비해서 편집된 부분이 많아 아쉽긴 해요. 하지만 점점 더 제 비중이 많아지지 않을까요?(웃음)”
나혜진은 배우 하정우의 한 마디도 잊을 수 없다고도 했다. ‘롤러코스터’에 출연했을 때다. “하정우 선배님이 본인도 그러셔서 그런지, 2세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있으시다고 하셨어요. 술자리에서 한 마디 하셨는데 울컥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솔직히 대부분의 시선은 ‘너 나한일 딸이야? 어디 잘하나 한번 보자’라는 건데, 잘할 수 있다고 믿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죠. 물론 선배님도 제가 눈빛이 좋다고는 했는데, 빨리 잘 될거라는 말씀은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사실 아버지가 오래 연기를 해온 것을 감안하면 연기자 데뷔는 늦은 편이다. 어렸을 때 놀이터가 촬영 현장이긴 했지만, 나혜진이 연기자의 꿈을 꾼 건 오래되지 않는다. 패션모델이 원래 꿈이었는데 초등학교 이후 키가 크지 않아 포기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 들어오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귀국했고, 3학년 때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됐다.
재능이 있던 덕일까. 중앙대와 서울예대에 합격했다. 중앙대에 입학했고, 배우 김수현-신세경-임수향-소녀시대의 수영과 동기가 됐다. 사실 그는 나한일의 딸인 걸 감췄다. 물론 소문은 빨리 돌아 모두가 알게 됐지만. 대단한 스타가 되지 않는 한 얼굴이 알려져서는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많아질 수 있다. 괜한 시비에 휘말리는 것도 아버지를 통해 봐 왔던 터다. 하지만 그래도 연기를 하고 싶단다.
나혜진은 욕심도 많고 꿈도 크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과정을 무시하면 안 될 것 같거든요. 어느 단계로 빨리 가는 것보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해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대중적 인기나 관심은 제가 잘하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겠죠. 물론 욕심을 가진다고 해서 그런 인기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요. 제가 하는 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웃음)”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작진이 나혜진의 열정과 재능을 좋게 봤는지, 앞으로 나혜진의 활약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청옥의 가족으로 여동생이 등장한다. 초반에 받았던 대본에는 없던 내용이었는데, 나혜진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는지 청옥의 이야기가 늘어났다. 앞으로 나한일의 딸 나혜진이 아닌, 배우 나혜진의 연기를 더 기대해도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