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유용석 기자 |
니엘은 이날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틴탑에서의 모습보다 솔로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실, 많은 가수가 '차별화'를 부르짖지만 이처럼 경계가 모호한 말도 없다. 본인이 직접 쓰지도 않은 멜로디와 노랫말을 들고 나와서 자신의 음악 색깔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습기 때문이다. 잘해봐야 '틴탑과의 차별화'일 뿐이다.
다만 자작곡을 발표한 가수라면 어느 정도 그 말이 용인된다. 다행히 그는 자작곡 '아포가토'와 타이틀곡 '못된 여자' 무대를 쇼케이스에서 선보였다. 만약 그가 타이틀곡 무대만 꾸몄다면 의미는 반감됐을 것이다.
니엘의 '아포카토'는 달콤했지만 씁쓸해진 사랑을 추억하는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린 미디엄 템포의 곡. 일렉트로닉 피아노 선율과 니엘의 부드러운 보컬이 잘 조화를 이뤘다. 틴탑으로서 부각되기 어려운 니엘의 감성과 음색을 확인할 수 있는 노래다.
타이틀곡 '못된 여자' 역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감미롭다. 후반부로 갈수록 댄스 비트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추가되면서 화려한 음악적 전개가 펼쳐지는 형태다. 실력파 래퍼 도끼가 피처링해 완성도를 높였다. 작사·작곡은 블랙아이드필승.
소속사 측은 "니엘의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고 자평했지만,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니엘의 자작곡을 앨범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틴탑의 '쉽지않아', '우린 문제 없어'로 함께 했던 작곡팀 블랙아이드필승의 노래 '못된 여자'를 타이틀곡 삼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취향과 작금의 미디어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니엘의 어떠한 재능이나 음악적 평가보다 주목받은 이슈는 '못된 여자'의 뮤직비디오 주인공 유승옥이었다. 유승옥은 '몸매 종결자'로 최근 주가가 치솟은 모델 겸 방송인.
유승옥과의 스킨십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이 빠지지 않았고, 니엘의 "그분이 리드해줘서 고마웠다" "못된 여자에게 이끌려 꿈꾼 듯 촬영했다" "신기했다" "사적인 감정은 남지 않았다" 등 코멘트는 즉각 기사화돼 보도됐다.
이러한 기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일명 '메인'을 장식했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주제가 대중에게 쉽게 읽히는 세상이다. 어렵고 따분한 분석은 필요 없다. 네이버와 다음의 메인에 '걸리느냐 마느냐'로 기사 가치를 평가받는 세상이다.
씁쓸하다. 니엘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온니엘'의 음악을 듣고 보려는 음악 팬들에게 가치 있는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 솔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오직 니엘만의 음악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는 가수에게 '유승옥'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차라리 니엘 앨범 수록곡 중 '천사의 노래'가 더 주목됐다면 아쉬움이 덜 할 듯 하다. 이 노래는 루시드폴이 작사·작곡했다. 루시드폴이 연주까지 직접했다고 한다. 가요계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루시드폴과 '아이돌' 니엘의 만남이 이채롭다. 루시드폴이 아이돌 가수에게 곡을 준 것은 처음이다. 그가 아이돌 니엘에게 곡을 선물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니엘 혹은 유승옥을 좋아하지 않는 이라면,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린 기사 몇 줄 읽은 채 그를 욕하지 말기 바란다. 미디어 환경 탓이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가 뉴스 중요도를 지배하는 현실이다.
속된 말로 '닥치고' 니엘 앨범에 담긴 음악이나 들어보라. 적어도 유승옥이나 뮤직비디오 현장 스틸컷에 담긴 '귀신 마케팅'(귀신을 보면 앨범이 대박 난다는 연예가 속설) 따위 주장이 전부인 앨범은 아니다. 니엘의 '진짜 차별화'는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대중적 인기 요소는 적다. 니엘의 쇼케이스 현장을 빌어 다가온 현실이 슬프다.
fact@mk.co.kr /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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