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명곡을 만들어낸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이장희(진구, 장현성 분). 대학시절, 숨은 보석 같은 오근태(정우, 김윤석 분)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트리오 쎄시봉’ 제3의 멤버로 투입시킨다. 오근태의 첫사랑에 든든한 조력자도 되어준다. / ‘쎄시봉’
[MBN스타 여수정 기자] 진하면서도 구수한 연기로 늘 상상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배우 진구. 그가 다시 돌아왔다. 천만 영화 ‘명량’을 통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진구가 ‘쎄시봉’으로 다시금 스크린을 두들긴 것이다. 전작에선 애절한 사랑과 용감무쌍한 헌신이 돋보였었다면, 이번엔 전 세대를 타깃으로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낸 ‘소중한 추억’을 끄집어내게 돕는다.
‘쎄시봉’에서 진구는 이장희 역을 맡았다. 멋스러운 장발에 상대가 비칠 것 같은 선글라스, 한껏 멋을 낸 가죽 재킷, 금방이라도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칠 것 같은 자신감으로 무장했다.
매서운 눈과 탁월한 청각으로 트윈폴리오의 제3의 멤버를 고르는가하면, 멋스러운 장발에 기타를 연주하며 “나 그대(근태)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은 이내 사랑을…”이라고 절친 오근태(정우 분)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대사나 행동, 눈빛이 멋스러워 자칫 허세 아닌가 싶지만, 진구는 허세와 남성미 그 한끝차이까지 끄집어내며 ‘진구표 이장희’를 표현했다.
“이장희 역을 통해 날 보여준 것이다. 사실 난 털털하고 아는 지인들 모두가 다 서로서로 친구다. 다툼 없이 의리로 똘똘 뭉쳤다. (웃음) 실제 내 모습이 ‘쎄시봉’ 속 이장희와 같은데 출연작이 세거나 무서워서 다들 모른다. 난 자상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작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장희 선생님처럼 작곡도 하고 싶다.”
이장희라는 껍데기에 배우가 아닌 사람 진구의 진면목을 담아 연기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진구의 재발견을 외칠지도 모른다. 이미 ‘명량’ 임준영을 통해 기존의 세거나 거친 모습을 벗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연평해전’을 통해 또 다른 이미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평해전’에서는 한상국 역을 맡았다. 한상국은 배 안의 동료들에게 있어 큰 형 같은 존재다. 따뜻하고 아픈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우정과 일, 동료애 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웃음)”
굳이 자신감 섞인 각오를 듣지 않아도 진구가 그동안 보인 천의 얼굴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다른 배역과 달리 ‘쎄시봉’ 속 이장희는 실제 인물이자 당대 최고의 스타였기에 더욱 표현함에 있어 조심스러웠을 터.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딱 이장희 그 자체를 관객에 소개해야 했으니 말이다.
“생각보다 안 힘들었다. 이장희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소스를 얻진 못하고 그냥 인사만 드렸다. 스스로 콧수염 붙인 진구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나와 똑같으니 이장희 선생님의 상황이 이해가 되더라. 그 당시의 의상과 도구들, 유행하는 아이템 등은 촬영 전 둘러봤다. 연기 전, 이장희 선생님은 자기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도움을 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프로듀서이면서 누군가의 인생설계도 해주는, 이를 통해 희열과 재미를 느끼는 분 같았다. 음악은 물론 모든지 자신이 만드는 걸 좋아하는 그런 장인 같은, 가게와 친구, 음악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프로듀서 같더라.”
“또한 난 긴 대사도 감정도 없었기에 그냥 촬영 현장에서 편하게 놀았다. 연기로 힘들어하는 동생들의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즐겁게 웃겨줬다. 나도 동생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에너지를 받았다. 매일 매일 촬영이 아닌 놀다온 것 같더라. (웃음) 해변에 다 같이 둘러 앉아 ‘조개껍질 묶어’를 열창하는 장면은 정말 나들이 같았다. 하늘이와 복래가 연주를 하고 나와 정우는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감상하곤 했다. 제작진은 조명 등을 옮기면서 신청곡을 부탁하기도 했다. (웃음) 단합이 잘됐는데, 우선 촬영 현장이 즐거워야 배우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것 같다. 흥행은 관객들의 선택이니깐 우린 이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최대한 현장에서 웃고 즐기려 했다. 40대 선배들이 연기하는 현장엔 우리가 안 갔지만, 우리들의 현장에는 김윤석 선배와 장현성 선배가 방문해 우릴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쎄시봉’은 20대와 40대 배우들의 연기가 서로 오가며 신, 구 배우의 조화를 알리고 있다. 거기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조개껍질 묶어’ ‘담배가게 아가씨’ ‘가나다라’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웨딩케익’ 등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고 감미로운 노래의 연속, 청춘의 사랑과 우정 등 매우 많은 강점으로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부모님 세대에겐 추억앓이와 공감을, 자녀 세대에겐 신세계 전달과 공감을 안기며 두 세대 간의 소통까지 감동을 잇는다.
마지막으로 진구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아닌 ‘나 근태에게 모두 드리리’라고 노래한 극중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노래 가사 속 그대를 위해 정우가 맡은 배역 이름이 근태인건 아니다. 원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불러 주는 것이었는데, 장난삼아 근태 이름을 넣어 불러봤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 ‘나 근태에게 모두 드리리’라고 불렀다. 얻어 걸린 것”이라며 자신의 재치로 탄생했음을 알렸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정일구 기자,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