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씁쓸했다.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꼴찌였다. 결과는 달콤했다. 1라운드 1차 경연 2위, 2차 경연에서 1위에 올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쾌거였다. ‘가수 중의 가수’를 선정하는 MBC ‘나는 가수다’에서 정상에 오른 스윗소로우(인호진,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 이야기다.
스윗소로우는 “열심히 한만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앞으로 꾸밀 무대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13주의 ‘나가수’ 경연 중 고작 첫 단계가 지났을 뿐이라는 말도 분명 사실이다. 20일 방송되는 무대를 위해 연습에 한창이던 스윗소로우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났다.
‘나가수’는 가수들이 진땀을 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경쟁 구도 속에서 조그마한 실수라도 범한다면, 곧장 기라성 같은 가수들과 비교돼 폄하당하기 십상이다. 스윗소로우도 그 일원이 됐다.
스윗소로우는 “시즌 1, 2에는 대단한 경력을 지닌 선배들께서 나왔었다. 그래서 섭외 요청을 받고 의아했다. 우리는 그저 우리끼리 열심히 했던 그룹이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의 다양한 음악적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에 설득됐다.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들의 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아카펠라 보컬 그룹은 ‘나가수’에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간 폭발력이 없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탈락자들이 수두룩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스윗소로우는 초점을 다르게 맞췄다. 이들은 “그룹의 장점은 단순히 노래를 이어 부르는 것을 넘어 곡의 정서와 화음이 어우러져 좋은 무대가 나온다는 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가 객석과 가깝기 때문에 노래가 더 묵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관객들은 가수의 몸짓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봐주신다. 곡을 표현하는 전체적인 메커니즘이 잘 구현되고 전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윗소로우(이하 스)에 얽힌 ‘나가수’의 모든 것. 스윗소로우에게 직접 물었다.
- ‘나가수’ 무대 얼마나 긴장되나?
스 : 우리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로 데뷔했다. ‘쇼바이벌’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했고. 경연과 인연이 깊다. ‘나가수’는 탈락하는 규칙이 있어서 부담이 훨씬 크다. 듣는 사람들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분들의 투표에 의해 탈락자가 결정되니까. 중요한 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무대를 보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거다. ‘무한도전-서해안가요제’에도 참여했었다. 이 또한 경연이었다. 축제 분위기이긴 했지만 하하. 앞으로도 우리의 방식으로 우리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
- 스윗소로우 순위가 낮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는데 시원하게 뒤집었다.
스 : ‘나가수’의 묘한 긴장감은 평가를 통한 순위 매기기에서 나온다. ‘실수하면 어쩌나’라는 작은 생각이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 우리도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꼴찌를 한 뒤 1차 경연에서 ‘마법의 성’을 더 독하게 불렀던 것 같다. 사실 승점이 누적되는 페넌트레이스도 아니고, 한 순간에 탈락할 수도 있다. 가수들의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 오늘(20일) 무대는 어떻게 준비했나?
스 : 매주 수요일 녹화가 끝나고 나면 회식 자리에서부터 무대에 대한 걱정이 시작된다. 하하. 여유롭게 연습하려면 주말까지는 최소한 편곡이 끝나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 주 월요일쯤엔 쉴 틈이 생긴다. 어떤 노래를 부르냐고? 스포일러는 금지다. 방송을 보라. 아무튼 편곡이 미뤄지면 하루도 못 쉬고 밤샘 작업을 해야 한다. 금요일 본방송을 직접 못 볼 정도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그래도 방송 이후에 꾸준히 회자되는 것 같아 보람차다. 기사도 많이 나고, 동영상 조회수도 높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 사랑받는 느낌은 말로 다 표현이 안 된다.
- 스윗소로우는 편곡도 직접 하니 다른 가수들 보다 비교우위가 있을 것 같다.
스 : 비교우위는 아니다. 우리도 함께 작업하는 편곡자가 있다. 다른 가수들과 편곡에 들이는 시간은 비슷할 거다. 다만 편곡 설계를 처음부터 우리 생각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장점은 있다. 또 반면에 우리는 팀이기 때문에 코러스 라인, 파트 배분, 화음 조절 등 손이 많이 간다. 대기실에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팀이라서 가능한 부분이다. 이야기를 나누면 긴장이 풀린다.
- 바쁜 와중에 발렌타인데이에 콘서트도 진행했다. 안 힘들었나?
스 : 긴장의 연속인 무대를 벗어나니 엄청 편했다. 하하. 우리 노래를 불러서 좋고, 경연 때 불렀던 노래를 섞어주니 새 레퍼토리가 생겨 더 좋았다. 팬들 반응도 뜨거웠다. 우리가 10년간 버텨온 힘은 공연에서 나왔다.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나며 쌓아온 음악이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들을 ‘나가수’ 무대에서 펼치려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관성적으로 내던 음들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나가수’를 통해 달라진 부분이기도 한 것 같은데?
스 : 맞다. ‘나가수’ 무대에서는 더 잘 부르고 싶고, 감정 전달도 더 잘하고 싶다. 우리 노래라고 하더라도 ‘나가수’에서 부르는 것처럼 개인 가창과 정서 연구에 있어 다른 방향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매우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콘서트 레퍼토리에도 추가하고 말이다. 하하. 또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편곡을 아무리 멋지게 하더라도, 가수 고유의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를 가지는 게 가수의 몫이다. 어떤 위대한 가수라도 노래 연구에 얼마나 시간을 들이느냐가 중요하다.
- 탈락한다면 어떨까?
스 : 아쉬워하면서도 쾌재를 부를 것 같다. 하하. 어쨌든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니까.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이라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종일 할 것 같다. 그만큼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한다면, 그 와중에 길어야 고작 3개월(13주)이다. 그 3개월을 열심히 하는 게 곧 도전이다. 가수로서의 도전이라면 한번 우리의 색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시청자들로부터 ‘이제 스윗소로우는 그만 보고 싶다’라는 평가는 듣고 싶지 않다. 어쨌든 음악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가수’에 출연했다는 건 굉장한 자부심이다. 상대적인 평가의 테두리 안에 있지만 예능의 한 요소로 봐줬으면 한다. 음악은 절대적인 것이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런 본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올해가 데뷔 10주년이다. 새 앨범 계획은 없는지?
스 : 10주년 스페셜 앨범을 기획 중이긴 한데 ‘발표한다’고 확정하진 않겠다.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계획이 미뤄진 부분이 있다 또 잘 나가는 그룹이 되면 팬들이 ‘나만의 스윗소로우’가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어서 아쉬워할 것 같다. 하하.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