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 뿐, 충무로에는 수많은 영화감독과 신인 배우들이 존재한다. 독창적인 연출력과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기력에도 그놈의 ‘대중성’ 때문에 알려지지 않아 그저 아쉬운 상황. 대중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한 이들을 소개함으로서 존재를 알리고 한국영화의 발전 가능성까지 널리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MBN스타 여수정 기자] “보기와 달리 때리는 걸 싫어한다. 폭력 자체를 싫어한다. 학창시절에도 착한 사람이었다. (웃음)”
충무로 대표 악역 전문 박성웅의 뒤를 잇기에 박두식보다 더 나은 배우는 없다. 박두식은 출연작에서 주로 악역으로 활약하며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악역을 도맡았기에 늘 같은 캐릭터를 맡은 것도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 캐릭터에 맞게 변화를 줘 악역에도 살아 숨 쉬는 성격을 담아냈다.
2013년 ‘전설의 주먹’으로 데뷔한 박두식은 ‘신촌좀비만화’ ‘소녀괴담’ ‘패션왕’ ‘빅매치’ ‘내 심장을 쏴라’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응급남녀’ 등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동시에 알렸다.
“맡아온 캐릭터가 세기에 내적, 외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같은 악역이라도 습관이나 행동 등에 차이를 두려한다. 대충 봐서는 다 비슷해 보이겠지만 나를 좋아하거나 좀 더 유심히 바라본다면 그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소녀괴담’ 해철과 달리 ‘내 심장을 쏴라’ 점박이는 목소리 톤은 보통으로 유지하고 습관과 행동에 변화를 주려했다. 이번엔 친구의 행동을 살짝 캐릭터에 섞어 녹여냈다. 관객들로 하여금 최대한 얄밉게 보이고 싶었다.”
‘소녀괴담’에서 박두식은 귀신까지 때려잡을 듯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귀신보다 더한 공포감을 안기게 했다. 그에 비해 ‘내 심장을 쏴라’에서는 공포감보단 밉상, 진상 그 자체로 점박이를 소화해냈다. 가차 없이 상대를 내려치는 그의 주먹은 살기 가득했고, 비꼬는 말투와 욕설 역시 힘을 보탰다.
악역은 악역이지만, 사연 있는 악역으로 잠시나마 삐뚤어진 점박이의 인생을 이해하게끔 돕기도 했다. 박두식의 거친 행동과 욕설을 보고 있자면 단연 무섭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묘한 쾌감까지 선사하며 미워할 수는 없는 악역으로 대중을 자극한다. 이는 오직 박두식 만이 소화할 수 있는 재능이라면 재능인 셈이다.
“‘악역 연기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그러나 출연작품마다 장르가 다르고 악역도 했다가 속 깊고 따뜻한 아빠도 하기에 괜찮다. 영화를 통해 센 역을 만나면 드라마에서 부드러운 역을 만나게 되더라. 물론 두 작품을 같이 할 때는 캐릭터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악역 전문이라는 말도 듣는데 아직 아닌 것 같다. (웃음) 출연작의 장르를 살펴보면 느와르와 스릴러에 비해 밝다. 아직 해보고 싶은 역도 많고 해보고 싶은 악역도 무궁무진하다. 단, 캐릭터의 평면적인 모습이 모두 같아 보일까봐 이게 조금은 두렵다. 그러나 이는 내가 변화를 줘서 해쳐나갈 문제다.”
“보기와 달리 내 안에 착한 이미지가 있다. 때리는 건 싫다. 난 학창시절에도 착한 사람이었다. (웃음) 남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이나 때리는 건 정말 힘들다. ‘내 심장을 쏴라’ 때는 내 생애 가장 많이 때려본 날이었다. 해도 되나 싶더라. 때리는 그 순간은 물론 때리고 나서도 마음이 아프다.”
착하디 착한 박두식이 어떻게 살벌한 악역을 소화하는지 다시 한 번 연기 열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3자의 입장에선 박두식의 악역 연기는 격하게 살벌하고 일말의 달콤함 없이 ‘기승전 살벌’이다. 그 역시 그렇게 느낄까 내심 궁금해졌다.
“연기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모니터링 할 때 긴장이 된다. 그러면서도 해냈구나 싶기도 하다. 통쾌함도 크지만 복잡 미묘한 걱정도 크다. 초반에는 내 연기를 직접 못 봤다. 그러나 지금은 무뎌졌다. (웃음) 처음엔 연기도 어색하고 큰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도 적응이 안 되고 오글거렸다. 창피함도 컸는데 이젠 익숙해졌는지 정말 무덤덤해졌다.”
데뷔작 ‘전설의 주먹’부터 ‘소녀괴담’ ‘내 심장을 쏴라’까지 박두식은 주로 또래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또래이기에 촬영장이 훨씬 편했을 테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성장하는 계기도 됐을 터.
“화기애애하고 많은 걸 배운다. ‘소녀괴담’ 때는 배우들도 다 또래이고 감독님과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편하게 소통했다. 촬영보다는 친구들이랑 노는 느낌이었다. ‘내 심장을 쏴라’는 대선배들이 있어 긴장도 됐지만 안정감이 있더라. 여진구는 나보다 동생인데 형 같다. (웃음) 성숙하고 안정적이다.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관객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재미있고 설렌다는 박두식 씨, 차기작에서도 늘 그렇듯 상대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 기대할게요.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MBN스타 DB,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