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단역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거나 거의 대사가 없는 역을 연기하는 배우를 말한다. 주로 무명 또는 신인들이 작품의 단역으로 조금이나마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단역에게 있어 현실은 그저 가혹하기만 하다. 어느 정도의 대우를 해주긴 하지만 보험과 보험에 있어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면 일말의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앞서 지난 2012년 4월 드라마 ‘각시탈’ 촬영 버스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버스 안에는 약 30여명이 타고 있었지만 사고로 다친 사람들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0년에는 ‘대물’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빗길에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도 단역들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는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것으로 알려져 단역의 비애가 고스란히 세상 밖에 알려지게 됐다.
단역들이 당연히 신청해야 됨에도 산재 신청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돌아오는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에는 구상권(타인에 갈음하여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그 타인에 대하여 가지는 상환청구권)이 적용되는데 마땅한 사고의 책임자인 제작사와 기획, 방송사 등은 수수방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촬영 당시 가장 위험한 장면을 찍을 때 집중하고 모두를 보호해야 될 책임자들이 정작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현장 속 단역의 비애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2014년 ‘기술자들’ 촬영장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촬영 중 유리로 된 스테이지가 무너져 주연과 단역이 떨어져 부상을 당했다.
이에 대해 제작사와 부상을 당한 단역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작사와 배우 사이에는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기술자들’의 경우 진실을 따져봐야 하지만 여전히 촬영 현장의 현실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고, 언제든 대형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 현 대한민국 문화콘텐츠의 제작 현실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일 시간에 좀 더 나은 촬영장 유지를 위해 힘쓰는 게 더 나을 것이며, 조금씩이라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단역의 비애는 점점 커져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이 어렵게 될 것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