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앞서 언급했듯 ‘조선명탐정’은 1, 2편, ‘여고괴담’과 ‘기문의 영광’은 5편까지 그 역사를 이어왔다. ‘조선명탐정2’는 지금도 극장가에 개봉 중이기에 전편의 기록을 깰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고괴담’과 ‘가문의 영광’시리즈는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등장인물은 화려해졌지만, 흥행 성적은 확실히 전편을 뛰어넘지 못했다. 많은 캐릭터의 등장은 각각의 사연을 드러내줘야 되기에 극의 집중도를 방해하며 전편에서 강조됐던 주제, 메시지 역시 변질되게 만든다. 때문에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꼴이다.
코미디 모험 장르인 ‘조선명탐정’, 공포 ‘여고괴담’ 가족, 액션, 코미디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통해 어떤 점이 전편만 못하고, 전편을 능가했는지 또한 이로써 관객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조선명탐정1’은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이 공납 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짐작한 정조의 ‘사건의 배후를 찾으라’라는 밀명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훗날 콤비로 활약할 서필(오달수 분)을 만나게 되고 힘을 합쳐 밀명과 각종 위기를 명쾌하게 해결한다.
다양한 김민의 발명품이 화제였는데, 반딧불이를 이용한 손전등을 비롯해 몰래 습격할 때 좋은 문이 그려진 천 등 기상천외하다. 우연히 만나 기막힌 콤비를 자랑하는 김명민과 오달수의 케미는 아무도 따라 올 수 없고, 두 사람의 확실한 캐릭터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에 제격이었다.
또한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극과 극 매력을 자랑하는 홍일점 한지민의 역할도 컸다. 사건의 중심인 듯 아닌 듯 아리송하지만, 제 몫을 해내며 김명민과 오달수를 더욱 빛냈다. 우현의 반전 연기 또한 제대로 관객에게 어필됐고, 후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엔딩은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2편에도 1편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켜 제대로 활용했다. 김민의 발명품은 진화한 것도 모자라 웃음까지 안긴다. 조선시대 라이터이자 지푸라기의 불 줄임말인 ‘지푸’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비격진천뢰 폭탄’, 정체를 단번에 알 수 있는 ‘야광도료’ 등이 이를 보여준다.
한지민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연희는 연기력 논란을 옛말로 만들며 단아하지만 매혹적인 홍일점으로 변신했다. 1편에 이어 우현, 이재용 등이 등장해 반갑기까지 하다. 친근한 얼굴도 있는 반면, 황정민과 조관우 등 신선한 얼굴도 나와 한층 다듬어진 만듦새를 뽐냈다. 특히 전편에서 김명민이 준 약과를 먹었던 아역 이채은이 이번 편에서는 폭풍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마니아층을 불러 모으는 확실한 캐릭터와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는 조선 탐정극이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 익숙한 얼굴에 신선한 얼굴을 더해 이 둘의 시너지를 이끌어냈다는 점, 전편에 갇히지 않고 더욱 교묘해진 사건과 화려하진 않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스토리 등이 형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동생의 등장을 알린다.
여전히 개봉 중이기에 전편의 성적을 넘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기록할지 관심사다.
1998년 개봉한 ‘여고괴담’은 당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귀신과 복수 등 다소 한정적인 공포영화에 여고생이 주인공이며,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학교라는 신선한 설정이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설정 자체도 좋았고, 이미연과 박용수, 김규리, 최강희, 박진희 등 인기절정의 배우를 출연시켰다.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홍일점으로 활약한 윤지혜 역시 영화에 출연했다.
장르는 공포이지만 여고생의 우정과 청소년들만이 공감할 법한 그러나 누구나 이해 가능한 고민, 무언의 메시지 전달로 묵직하기도 했다. 또한 복도 끝에서 순식간에 카메라까지 이동하는 최강희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골 공포 장면으로 손꼽힌다. 1998년에 개봉된 게 의심쩍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1편이 잘 만들어졌기에 후속편에 대해 관심이 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후 ‘여고괴담’ 시리즈는 총 5편까지 제작되며 매회 여름 관객을 만나왔다. 그러나 캐스팅만 화려해졌을 뿐, 청소년기의 고민을 적절하게 녹아냈지만 2% 부족한 이야기와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다. 새로운 편이 개봉될 때마다 관객수를 현저히 줄었고, 여고괴담 신드롬의 가능성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2편에선 김규리, 박예진, 이영진, 공효진이 등장했고, 3편에는 송지효와 박한별, 조안, 박지연, 4편에선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김서형, 5편에선 오연서, 장경아, 손은서, 송민정, 유신애 등이 괴담을 만드는 여고생으로 분했다. 시리즈마다 새로운 얼굴이자 대세 배우를 등장시켜 캐스팅 면에서는 볼거리가 많았지만, 사랑 받은 1편의 느낌을 버리지 못하고 5편까지 질질 끌고 와 진부했다. 시대와 트렌드는 매우 빠르게 변하는데 영화의 느낌은 1998년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1편에 갇혔음에도 1편 속 명장면을 능가할 만한 장면이 그 어느 편에도 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좋게는 아날로그 감성 나쁘게는 촌스럽고 유치한 감성을 현대 여고생에 맞게 다뤘었다면, 여고괴담 신드롬은 매 여름 브라운관 단골손님이 됐을지도 모른다.
설 또는 추석 극장가에 등장해 온 가족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 그러나 이 역시 1편이 가장 큰 사랑을 받았고,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의 선택이 아닌 외면을 받고 있다. 한결같은 캐릭터와 웃길 수밖에 없는 상황, 가족애 등 충분히 관객을 사로잡을만한데도 눈 뜬 장님이라 안타깝다.
2002년 개봉한 ‘가문의 영광’은 주먹 꽤나 날리는 집안의 금지옥엽 외동딸과 엘리트 집안에서 자란 남자의 하룻밤이 불러온 위기(?)가 폭소케 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과 두 집안의 이야기가 결혼 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예비 부부 부터 연인, 등 모든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어이없게 웃음이 나오는 상황의 연속과 김정은, 정준호, 유동근, 성지루, 박근형, 박상욱 등의 만남 역시 절묘했다. ‘여괴괴담’과 마찬가지로 1편 속 잘 자고 일어난 남녀가 한 이불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은 여전히 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다.
감칠맛 나게 사투리 욕설을 퍼붓는 김정은의 모습과 단아하게 ‘나 항상 그대를’을 열창하는 모습이 극과 극 반전을 안겼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위해, 가문을 위해 힘을 합치는 세 오빠들의 모습 역시 무시하지만 애정이 느껴진다.
2편에서는 익숙한 김정은과 유동근 대신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탁재훈, 임형준 등이 출연해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1편에서 조폭집안에 엘리트 사위가 들어왔다는 설정을 조금 수정해, 이번 편에서는 검사 며느리가 시집왔다. 비슷한 설정이 진부할 만도 했지만 배우들의 역량과 웃고 또 웃기는 이야기 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김수미의 욕설 연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5편을 제외한 3, 4편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가문이 영광’하면 김수미의 욕설 연기가 바로 떠오르곤 했다. 김원희와 신현준의 커플 연기는 코믹함의 절정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캐릭터에 자꾸만 추가되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그들의 사연을 소개하게 만들어 이야기를 산으로 가게 했다. 시대는 변화되는데 여전히 가문의 이야기에만 국한된 전개가 진부했고 결말까지 예측하게 만들었다.
초반 ‘가문의 영광’이 내세웠던 웃음과 예상외의 감동, 가족애 등이 ‘가문의 위기’로 이름이 변경됨과 동시에 사라진 듯하다. 특히 5편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목을 끌었다. 김흥국, 양세형, 김준현, 왕석현부터 아이돌 비스트 윤두준, 제국의아이들 황광희, 에이핑크 손나은까지 출연해 그야말로 풍성한 출연진을 자랑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번지르르했을 뿐 실속은 전혀 없었다.
윤두준과 손나은은 손을 오그라들게 만들 정도로 어색한 연기를 선보였고, 굳히 두 사람이 출연해야만 했을까 라는 의심까지 들게 했다. 황광희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오두방정 맞은 캐릭터로 임해 연기가 아닌 그냥 황광희로 등장했다. 때문에 전혀 신선하지도 새롭지도 않았다.
압권은 유민의 어색한 한국어 연기와 섹시하지도 그렇다고 단아하지도 않은 캐릭터 연기였다. 거기에 김민정과 전수경, 김도영, 구헤령의 때 아닌 화투내기는 중구난방이었다. 가문의 역사를 찾는 건지, 로맨스를 찾는 건지, 도박을 하자는 건지 등 확고하지 않은 주제가 좀 많이 어색했고, 1편과 2편까지 이어졌던 브랜드의 가치를 단번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트렌드 변화에 맞게 대세들을 등장시킨 건 좋지만, 이들의 등장에만 너무 신경 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저 아리송한 부분이 관심을 돌리게 만든 셈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