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옥 |
물론 심각할 필요는 없다. '천생연분'이란 노래도 있고, 방송 프로그램도 있다. 그 중에서 지난 2002년 방송됐던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란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게임을 하면서 로맨스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천생연분 리턴즈'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10일 MBC에브리원에서 첫 방송됐다. 과거 스튜디오 게임과 야외 리얼리티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 게임을 통해 마음에 드는 이성의 전화번호를 획득, 리얼리티로 이어진다. 요즘 말로 하면 연예인의 '썸'을 이끌어낸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걱정부터 앞섰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MBC에브리원 측은 이날 섹시함을 대표하는 여자 스타들의 예고 영상으로 관심 끌기에 나섰다. 일명 ‘몸매 종결자' 유승옥의 반전 매력이 돋보이는 영상과 나르샤와 전효성의 불꽃 튀는 섹시 대결 영상을 네이버 TV캐스트 '천생연분 리턴즈' 페이지에 내세운 것이다.
유승옥은 녹화장에서 댄스 신고식 도중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뻣뻣한 웨이브로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켰다고 했다. 나르샤와 전효성은 섹시 댄스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은 매력 어필 코너에서 섹시 댄스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압권은 "비욘세의 노래에 맞춰 과감한 '180도 쩍벌댄스'로 기선을 제압한 전효성을 보자, 세 명의 MC(이휘재·붐·이특)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고 홍보하는 제작진의 머릿속이다. "마무리 댄스로 전효성이 생머리를 휘날리며 과감한 웨이브를 선보이자 스튜디오는 폭발할 지경이었다"는 후문도 덧붙었다.
남자들의 솔직한 감탄이라고 해두자. 반면 누군가에게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이라면 '사랑'과 '육체적 짝짓기'가 구분될 지 미지수다. 세상에서 연예인 걱정만큼 쓸데 없는 짓이 없다지만 '천생연분'이란 아름다운 말에 부끄러운, 참을 수 없는 '사랑의 가벼움'을 시청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
앞서 '천생연분 리턴즈' 제작발표회에서는 붐의 MC 복귀가 관심사였다. 붐은 "방송을 쉬면서 하고 싶은 방송을 할 수 없다는 슬픔이 컸다”며 "소중한 방송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사회적 물의 없이 열심히 이곳에서 즐거운 웃음 드리겠다”고 말했다. MBC에브리원 측은 붐의 'MC 복귀'를 유난히 강조했다. 그를 이슈 메이커로 활용한 것이다.
또 다른 MC 이특은 '천생연분 리턴즈'에 대해 "결혼이 아닌 연애 프로그램"이라면서 "사적으로 연락을 해 좋은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고, 파파라치에도 찍히면 프로그램에도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가 '결혼'이 아닌 '연애'를 강조한 것은 아마도 모 프로그램에서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진정성' 논란에 대한 부담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말 속에는 '연애'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우리의 잠재의식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뒷말은 노이즈 마케팅의 절정이다. 평소 그들이 "사생활 침해"라고 성토하는 파파라치나 사생팬 입장에서 이특의 말은 박수칠 일 아닌가.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 있다. 부디 이 비아냥 섞인 말이 '천생연분'과 어울려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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