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선수의 미니홈피에 한 여성이 악성댓글을 남겼다. 온라인상에는 이 여성 누리꾼의 태도에 분노해 이른바 ‘신상털기’에 나섰다.
심지어 이에 분노한 남성들은 그녀의 집에 실제로 찾아가기 위해 근처 PC방에 모이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동명이인 7명의 주민등록번호, 주소지가 인터넷을 떠돌고, 경찰 수사와 언론매체에 보도되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홍석재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소셜포비아’는 7년 전 실제로 벌어졌던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야기는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남긴 악플러 레나에 대한 누리꾼들의 분노로 시작된다. 레나에 분노를 느낀 누리꾼들은 현피(웹상에서 벌어진 분쟁이 당사자들이 실제로 만나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에 나선다. 그 곳에는 경찰지망생 지웅(변요한 분)과 용민(이주승 분)도 있다.
실시간으로 설전을 벌이던 이 현피 원정대는 결국 레나의 집을 찾아내지만, 그 곳에서 레나는 싸늘한 시채로 발견된다. 이 상황은 또 다시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진다. 현피 원정대가 살인 용의자가 되는 순간이다. 경찰 시험에 불리한 기록이 남게 될까 불안감을 느낀 지웅과 용민은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다.
두 사람이 레나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나가는 과정은 적잖이 긴장감을 선사한다. 한 여성의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 장르를 취하고 있는 ‘소셜포비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차례 뒤엉키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BJ양게가 온라인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방식도 긴장감을 더하고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반전도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소셜포비아’가 무작정 범인을 쫓는 데만 온 신경을 쏟은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SNS세대들에게서 나타나는 마녀사냥이 계속되는 이유, 나아가서는 이런 행동들의 발단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들춰낸다는 것에 있다. 이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가 실제 우리네 현주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씁쓸함을 외면하긴 힘들다. 오는 12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