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얼마 전 방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옛날 방송을 다시 들었는데, 90년 7월의 어린 배철수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다락방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고. 그 소리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철수는 단순히 아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스스로가 사라진 다락방의 역할을 하는 그릇이 됐다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정찬형 PD)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또 절반의 시간이 흘러가버린 25년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DJ가 있다. MBC FM4U에서 방송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음악캠프’)가 그 주인공이다.
1990년 3월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음악캠프’는 오는 19일 25주년을 맞이한다. 매일 두 시간씩, 총 1만8000시간, 습관처럼 지켜왔던 일상은 역사가 됐고, 동일 타이틀 동일 디제이의 음악방송으로는 국내 최장수 기록을 매일매일 경신해 나가고 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솔직히 말하면 너무 오래 했다”고 농담처럼 말문을 연 배철수는 “25년 전에 청취 층 을 살펴봤을 때 20~40대가 많은 젊은 프로그램이었다. 25년이 지났으면 늙은 프로그램이 돼야 하는데 나이로 따져보면 여전히 20~30대가 주 청취 층이다. 지금까지 듣고 계신 분도 있지만 떠나고 다시 새롭게 찾아오신 분도 계신 것”이라며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청취 층을 가진 프로그램은 ‘음악캠프’를 제외하고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계층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PD는 ‘음악캠프’의 인기 원동력으로 ‘욕쟁이 할머니의 매력’을 꼽았다. 배철수의 톡 쏘는 멘트 속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 PD는 “제가 느끼기에는 ‘음악캠프’는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것 뿐 아니라 그 속에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같은 음악을 들어도 왜 MP로 듣던 음악과 배철수가 들려주는 음악이 다르게 들릴까요’라고 묻는데, 이는 스토리가 있어서 그렇다. 어쩌면 ‘음악캠프’는 팝음악이 있는 배철수의 리얼리티 쇼일지도 모른다”며 “25년 시간동안 생명력을 가지고 오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25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쳐 오면서 ‘배철수’와 ‘음악캠프’는 따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대체불가’가 돼 버렸다. 라디오에서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무대에서 노래는 것보다 즐거워 음악 대신 방송일을 시작했다는 배철수는 후임 DJ로 묻는 질문에 “내 욕심대로 하면 프로그램을 영구 폐지했으면 좋겠다. 운동선수들도 위대한 선수들의 번호를 영구결번 처리하지 않나”며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착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배철수는 ‘음악캠프’ 없는 삶을 상상이나 할까. 이 같은 질문에 배철수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매일 생각한다. ‘음악캠프’를 그만 두면 여행을 가야지. 뭘 해야지 이런 계획들도 많이 세우지만, 그냥 세우기만 한다. 그리고 또 다시 방송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르지 않느냐. 오늘도 좀 있다고 올라가서 방송 해야지하는 생각밖에 없다”며 그의 일상이 돼 버린 ‘음악캠프’에 대해 증언했다.
배철수와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김경옥 작가는 “초창기의 배철수와 지금의 배철수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건 목소리뿐이다. 뭐가 변한 건 모를 정도로 똑같고 다만 갈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아지는 DJ가 바로 배철수다.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 사진=정일구 기자 |
“외국에 입국할 때 직업쓰는 란이 있는데 저는 늘 라디오 DJ라고 적는다. 제 직업은 라디오 DJ”라며 ‘음악캠프’ 뿐 아니라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배철수는 마지막으로 “제 인생에서 ‘음악캠프를’ 만난 건 최대의 행운이다. 그리고 그 다음 행운이 와이프를 만난 것”이라며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나가는 음악들도 정말 좋은 음악들이다. 모든 음악들은 내가 먼저 들어보고 소개한다. 결코 내가 모르는 노래는 틀지 않는다”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배철수를 ‘대체불가 DJ’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 정 PD는 “물론 비슷한 목소리의 ‘배칠수씨’가 있기는 한데 같은 건 목소리 문양 정도지 배철수와 똑같이 하지는 못한다. 이런 대체 불가다.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게 힘이었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배철수와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