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살인의뢰’가 개봉 직후부터 심상찮은 행보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면서 400만 관객을 동원해 연일 화제 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을 보란 듯이 따돌렸다. 때문에 ‘살인의뢰’가 국내 박스오피스의 순위를 뒤흔들지 이목이 집중됐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살인의뢰’는 지난 12일 전국 481개 스크린에서 8만780명을 기록, 400만 관객을 돌파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5만899명)를 제쳤다. 같은 날 개봉한 ‘채피’(4만5335명), ‘위플래쉬’(2만5826명), ‘소셜포비아’(2만2056명)의 기록 역시 가볍게 눌렀다.
‘살인의뢰’는 ‘촉귀신’ 베태랑 형사 태수(김상경 분)의 동생 수경(윤승아 분)이 연쇄살인범 조강천(박성웅 분)에게 살해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태수는 수경이 죽고 난 이후 하루하루를 술로 연명하던 중 조폭과 관련된 사건을 맡게 된다. 조사에 착수하던 그는 이번 사건에 수경의 남편인 승현(김성균 분)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착실한 은행원이었던 승현은 수경이 죽자마자 태수와도 인연을 끊고 잠적한다. 승현은 3년 동안 조강천에 복수하기 위해 칼날을 갈았다.
↑ 사진=살인의뢰 포스터 |
‘살인의뢰’는 사적 복수를 화두로 삼고 있다. 때문에 조강천이 경찰들로부터 호위를 받는 신이 인상 깊다. 조강천에게 복수를 시도한 승현은 팔이 뒤로 꺾이며 제압당하는 반면 조강천은 바닥에 얼굴을 박은 승현의 곁을 유유히 지나친다. 손용호 감독은 “시행하지 않는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힌 것처럼, 절대 악인인 조강천을 통해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던 듯하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는 범인을 잡는 것에 주안점을 맞춘다. 그러나 ‘살인의뢰’는 그런 암묵적인 룰에 반기를 들고, 서사의 흐름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극중 초반에 범인을 잡고 그 뒤부터는 잔혹한 살인에 삶이 무너져 내리는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때문에 피해자 가족인 승현과 태수의 감정선이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부각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을 감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 사진=살인의뢰 스틸컷 |
이런 장치의 위험한 점은 ‘사형제도’라는 법적인 문제를 개인의 영역으로 치환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손 감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태수와 승현을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나이들로 만들었으며, 조강태를 죽여 마땅한 악마의 역할을 부여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캐릭터의 조합은 관객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약에 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하게 만들고, 실제 사건들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한다. 이를 통해 법을 차가운 이성으로 이해하기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송 감독의 의도처럼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를 두고 강익모 평론가는 “국가적 공분에 대해서 다룬 작품인 만큼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기종 사건, 어린이집 폭행사건, 토막 살인사건 등이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오지 않았나”라고 설명하면서 ‘살인의뢰’는 현재 국민들이 지닌 국가에 대한 불신, 공권력에 대한 분노 감정을 이끌어낼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살인의뢰’에서 보여준 태수의 마지막 선택은 그동안의 범죄 영화에서 경찰들이 보여준 선택과 차원이 다르다. 태수는 우리가 악인을 봤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행한다. 이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어그러트리며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국내에 이런 감성, 스타일의 영화가 드물었다”라며 ‘살인의뢰’의 흥행을 점쳤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