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누가 봐도 광고 모델인 것처럼 보이는데, 계약 관계가 아니라고요?”
수려한 외모와 패셔너블한 감각까지 갖춘 연예인은 그야말로 광고의 꽃이다. 연예인들에게 몇 억을 호가하는 높은 광고료를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대치 때문이다.
그러나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았음에도 교묘하게 연예인들의 이름과 사진을 이용해 광고 효과를 가져가는 사례가 늘고 있어,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보호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개인의 이름 및 초상이나 기타 사진·서명·음성·캐릭터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쇼핑몰은 2011년 9월부터 작년 2월까지 ‘수지모자’라는 검색어를 통해 자사의 홈페이지 주소를 노출하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해온 데 이어, 2013년에는 수지의 사진을 직접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수지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지 측은 항소를 한 상태다.
월드 스타인 가수 싸이 역시 비슷한 사례다.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춤도 추는 이른바 ‘싸이 인형’이 판매되자 소속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싸이 인형과 실제 싸이의 외형이 닮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15일에는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자신의 사진을 광고용으로 쓴 한의원이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이 한의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한의원 블로그를 개설해 운영하며 “부분비만 프로젝트 후 멋진 유이의 꿀벅지로 거듭나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유이의 사진 4장을 올렸다. 마치 유이가 이 한의원을 이용해서 몸매를 가꿨다는 오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1심은 “원고의 허락 없이 성명과 초상 등을 이용해 광고한 것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에서는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 침해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게시된 사진은 원고를 모델로 한 주류 광고 동영상의 장면들”이라며 “원고가 한의원과 관련 있거나 이곳에서 부분비만 치료를 받은 것처럼 오인할 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에는 배용준과 김남길, 소녀시대 등 연예인 55명이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재판부가 기각 판결을 내렸다. 포털 사이트에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쇼핑몰 등이 검색 결과로 나오게 된다. 연예인들은 퍼블리털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집단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필요는 있지만 현행법상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연예인들은 통상 자기 이름이 널리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보면 키워드 광고 검색이 원고들의 평가, 명성 등을 훼손 또는 저하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결도 나오기도 했다. 배우 김선아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고, 배우 민효린과 가수 백지영도 비슷한 사례에서 승소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퍼블리시티권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되고 있지만, 현행법상의 관련 법적 근거의 부재로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7월 바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4년 1월 시행)에 ‘다른 사람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의 무단도용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보는 일반조항이 만들어져 이 조항의 퍼블리시티권 침해근거규정으로서의 지위에 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내 현행법상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도 아직 없는 상황인 만큼 재판부마다 판단이 제각각인 실정이다. 스타들이 정당한 계약 조건에 의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과, 무분별하게 허락 없이 사진과 이름 및 초상이 사용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는 만큼 조속한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