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U SHINee”(고마워요 샤이니)
마지막 앙코르 곡 ‘러브(LOVE)’가 울려 퍼질 때 일본 도쿄돔에 운집한 5만여 관객들이 카드섹션을 펼쳐 보였다. 잔잔히 노래를 이어가던 샤이니(종현, 민호, 온유, 태민, 키)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수고했다.”
동그랗게 얼싸안은 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다독였다. 샤이니의 일본 데뷔는 2011년. 다섯 명이 한 마음으로 노력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게다. 첫 도쿄돔 공연을 무사히 마친 이들은 ‘고생했다’라는 생각만 떠올랐단다. 이들을 응원하듯 팬들은 연신 “샤이니”를 연호했다.
일본 도쿄돔에 착륙한 ‘샤이니 월드’의 격동은 컸다. 최대 수용인원 5만 명인 도쿄돔을 가득 채운 빛의 향연은 샤이니의 목소리와 어울려 달콤한 향을 빚어냈다. 샤이니가 무대 중 눈물을 보이자 코끝이 찡한 듯 얼굴을 감싸 쥐는 팬들에게서 ‘샤이니 월드’에 접속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도쿄돔 무대에 서는 것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를 이어 샤이니가 네 번째다. 혹자는 이를 두고 ‘사천왕’이라고 부른다. 도쿄돔은 일본의 유명 아티스트도 서기 어려운 대규모 공연장이다. 이 곳이 만원관중을 이뤘다는 것은 샤이니 인기를 반증하는 셈이다.
유니버설재팬EMI의 타코 나카무라 매니징디렉터는 “가창력, 댄스 퍼포먼스 등 각 멤버의 훌륭한 캐릭터가 일본에서의 성공요인이다. 샤이니는 또 바쁜 와중에 프로모션에도 참여했으며 앨범 제작에도 직접 힘을 보태는 열성을 보였다”며 “높은 수준의 샤이니가 일본 가요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사장은 “밝으면서 세련된 매력, 일본 투어를 하면서 쌓아온 추억과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샤이니의 앞날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에 빗대자면 도쿄돔 공연을 통해 샤이니는 ‘광대역’이 됐다. 일시에 5만 명을 모을 수 있는 팀이 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공연은 일본에 발표한 히트곡들과 한국 앨범 수록곡들은 물론 새 싱글 곡의 무대도 최초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작은 45명의 기수가 나선 깃발 퍼포먼스. 마치 올림픽 기수단을 보는 것처럼 ‘샤이니 월드’의 개막을 알렸다. 이와 함께 중앙무대에 등장한 샤이니는 ‘에브리바디(Everybody)’ ‘루시퍼(Lucifer)’ ‘버닝업(Burning Up)’ ‘셜록(Sherlock)’까지 박력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 데뷔곡(2008년)이자 일본 데뷔곡인 ‘리플레이(Replay)’가 이어졌다. 기존 투어에서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했던 걸 이번엔 원곡으로 들려줬다. 처음 만났던 시절의 추억을 느끼면서 노래하기 위해서다.
샤이니는 이 외에도 마지막 곡 ‘러브(LOVE)’까지 27곡을 더해, 총 32곡을 3시간30분 동안 열창했다. 장관은 발라드 섹션에서 나왔다. ‘천년, 계속 옆에 있어’가 시작되자 팬들의 손목에 차고 있던 펜라이트가 색을 바꾸며 빛났다. 빛을 가지고 노는 경관은 그야말로 ‘빛의 세상(샤이니 월드)’이었다. 여기에 감동해서였을까. 종현과 키가 먼저 눈물을 보였다.
종현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사방을 물들인 초록빛을 보고 울컥했지만 참고 있었는데 발라드 곡을 부르니 주체할 수가 없었다”며 “리프트를 타고 3층까지 오르자 모든 팬들과 눈맞춤 하는 느낌이어서 더욱 감동이었다”고 부끄러워했다.
키는 “내 노래를 관객들이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면서도 “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부분에서 우는 건 아니었다. 마지막에만 울고 싶었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키는 예상 밖의 모습으로 환호를 자아냈다. 디제잉 및 멤버들의 퍼포먼스와 모델들의 패션쇼가 함께 어우러진 이색적인 무대를 꾸몄다. 샤이니의 히트곡 ‘아미고’를 믹싱, 섹시한 분위기로 현장을 휘어잡았다. 또 ‘본 투 샤인(Born to Shine)’을 처음 공개했다. 팬 한 명을 초대해 유혹하는 춤을 췄다. 상체가 노출된 기괴한 의상이 눈길을 끌었다.
샤이니는 “첫 돔 공연에서 팬들의 큰 사랑을 느껴 행복했다. 절대 잊지 못할 무대였고 이번 경험을 통해 더 채워야 할 부분이 있음을 배웠다. 팬들에게서 받은 에너지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한국 가수로서 좋은 무대의 기회가 계속 찾아온다면 본분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샤이니는 작년 9월부터 일본 전국 20개 도시의 각종 홀과 아레나 투어를 진행했다. 대규모 도시는 물론 인근 중소도시까지 총 30회에 걸친 일정이었다.
종현은 도쿄돔 공연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해마다 투어를 진행해왔는데 작년에 홀 투어를 병행하면서 일본 각지의 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며 “1~2천명 규모의 비교적 작은 공연일지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의지가 일본 팬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치카코(여, 42) 씨는 “SM타운 공연에서 샤이니를 보고 팬이 된 후 공연을 보러 다녔다. 이번 도쿄돔 공연이 세 번째다. 샤이니는 노래와 댄스 실력 모두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그와 동행한 딸 카나(14) 양은 “케이팝(K-POP) 가수들 중 샤이니의 실력이 가장 뛰어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장에서 샤이니를 만나고 싶다”고 희망했다.
아야네(16)와 시모네(14) 자매는 네 번째 관람이다. 두 사람은 “TV로 샤이니를 처음 접했는데 실력이 엄청나 팬이 됐다. 부드럽고 귀여운 매력이 좋다. 친구들도 샤이니를 보면 분명 좋아할 것 같다. 언젠가 꼭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한 단계 씩 실력을 인정 받으며 도쿄돔까지 올라온 샤이니. 이들의 빛은 어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행복하지만 우리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다는 뜻이다. 돔에서 한 번 했으니 돔 투어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핵심은 규모에 상관없이 여러 곳을 방문해 많은 팬들과 자주 만나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든 사랑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