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지난 2012년 11월1일 관객을 만난 영화 ‘나쁜 피’는 개봉 전부터 파격적인 소재와 문구, 예고편, 포스터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쁜 피’는 평범한 삶을 살던 인선(윤주 분)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강간으로 인해 태어났고 부친이 아직 살아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간이라는 소재는 물론이거니와 부친을 향한 핏빛 복수가 충격 그 자체였다. ‘난 범죄의 결과다’라는 문구와 칼을 들고 매섭게 노려보는 인선의 눈빛이 공포영화보다 더 살벌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와 부친을 향한 복수, 이를 위한 모든 과정 등이 너무도 잔인하고 선정적이라 충분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하다. 특히 포스터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강간을 통해 파괴된 여성의 성을 피로 표현했던 원본 포스터는 너무 자극적이고 혐오스럽다는 평가를 받아 무려 세 번의 반려를 받았다.
개봉 당시 ‘나쁜 피’는 파격 노출과 소재, 정사신 등 매우 선정적인 방향으로 관객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물론 강간이라는 소재와 딸이 아빠를 복수한다는 설정 등이 매우 자극적이다. 거기에 복수를 위한 과정으로 자신을 남자들에게 파는 주인공의 행동과 난무하는 욕설, “우린 남자이지 않습니까. 남자란 동물은 언제나 여자 몸속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자연의 법칙 아니냐. 난 본능에 충실한 것”이라는 식의 여성을 비하는 대사 등이 등장해, 관객 입장에선 불편하고 불쾌하다.
초반에 강간범이자 아버지인 남자를 경계하고 언제 죽일지 고민했던 반면, 극이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점점 그의 몰랐던 자상함(?)에 마음을 열고 복수를 갈등하는 부분, 자신의 집을 찾아온 남자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는 장면, 자신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주인공을 보고 단번에 후회하는 장면 등 매우 억지스럽고 과장된 설정은 ‘나쁜 피’가 주는 메시지를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과연 강간범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또는 용서할 수 있을까 등을 비롯해 성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장면의 등장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 주지 못할뿐더러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만듦새까지 엉성하게 보인다.
영등위에 따르면 ‘나쁜 피’는 살인과 시체 유기 등의 폭력적인 부분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성적인 행위 장면 및 성적인 대사, 비속어 등이 반복적으로 표현되어 주제 및 내용, 선정성, 폭력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 등을 고려하여 청소년관람불가다. 즉, 주제와 선정성, 폭력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은 ‘높음’, 약물은 ‘보통’이다.
영등위의 평가대로 ‘나쁜 피’에는 폭력적인 부분도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성적인 행위와 장면, 대사 등도 반복된다. 그러나 ‘미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누구도 ‘나쁜 피’를 보고 친부를 찾아가 핏빛 복수를 꿈꾼다거나 성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주제도 선정적이지만 매우 많은 것을 생각할 기회를 주기에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문제시되는 장면에 대한 영등위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되더라도, 그 놈의 등급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을 줄이려면, 등급을 정하는 일부의 의견만이 아닌 좀 더 다수의, 대중적인 의견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또한 대놓고 열린 시각은 무리라도 1cm라도 열린 시각이 작용해 관객이 많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손쉽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