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음악은 매우 중요한 장치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은 영상과 조화를 이뤄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내기 마련이죠. 실제 음악이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진 곡이며, 영화 속에 녹아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지 전문가(음악감독, 평론가, 작곡가)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위플래쉬’는 개봉 전부터 재즈 열풍을 예고하는 음악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주요 소재이자 극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음악, 특히 극중에는 ‘위플래쉬’(Whiplash)를 비롯해 ‘카라반’(Caravan) ‘캐시즈 송’(Cathy's Song) ‘도나 리’(Donna Lee) 등 다양한 재즈 넘버가 등장하여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관객들의 숨결까지 앗아가는 드럼 연주는 충격에 가까운 전율을 전하며 열광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앤드류의 광기 어린 드럼 연주 장면은 말 그대로 보는 이에게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음악, 특히 드럼에 대한 집착과 열정을 다룬 소재는 음악판 ‘블랙 스완’이라고 불릴 정도로 광기의 에너지로 꽉 찬 파괴력을 발산한다.
앞서 ‘위플래쉬’는 아카데미상은 물론 영국 아카데미상에서도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까지 3관왕을 석권한 것을 비롯해 전 세계 140여 개 이상 영화상 수상과 노미네이트된 저력의 영화이다. 전 세계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하며 연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J.K. 시몬스와 더불어 실제 드럼 연주를 대역 없이 소화해낸 마일즈 텔러의 신들린 열연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두 배우의 명연기와 귀를 사로잡는 재즈 음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탁월하게 조율한 천재 신예감독 다미엔 차젤레의 연출력은 해외를 휩쓴 것에 이어 국내에서까지 호평을 얻어내고 있다.
#No.1 ‘위 플래쉬’(Whiplash)
극중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를 갈망하는 주인공이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 선생이 이끄는 재즈 빅밴드에 들어가 처음 만나는 곡이 ‘위플래쉬’다.
영화 제목과 동명이자 ‘채찍질’을 뜻하는 단어인 이 곡은 1973년 전설적 재즈 아티스트이자 색소폰 연주자 행크 레비가 작곡했다. 관습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각 악기들의 짜임새 있는 등장과 조화로운 합주 속에 경쾌한 에너지 넘치는 연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No.2 ‘카라반’(Caravan)
숨이 멎을 듯한 전율을 선사한 곡은 ‘카라반’으로 극의 엔딩신을 장식했다. ‘카라반’은 1935년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과 그가 이끄는 악단의 트롬본 연주자 후앙 티졸이 작곡한 기악곡이다. 이 곡은 아프로 쿠반(아프리카 쿠바 음악) 재즈의 대표곡으로서 이른바 재즈 스탠다드로 손꼽힌다. 이국적인 멜로디와 격렬한 리듬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영화를 통해 버디 리치의 ‘캐시즈 송’, 찰리 파커의 ‘도나 리’, 스탄 게츠의 ‘인투잇’(Intoit) 등 재즈 명곡도 ‘위플래쉬’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할리우드 베테랑 영화음악 편곡자 팀 시모넥이 작곡한 곡이자 영화에서 또 하나의 반전을 선사하는 ‘업스윙잉’(Upswinging) 또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