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법적 제재 없는 표절은 과연 제작진 양심에만 맡겨야 하는 문제일까.
예능 프로그램 표절 논란은 1960년대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라이벌 체재를 갖춘 이후 계속됐다. 일부 프로그램은 일본 프로그램 콘셉트를 교묘하게 차용하는가 대놓고 베끼는 제작진도 있어 시청자와 언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을 나무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아쉽게도 없었다. 또한 ‘표절’ 기준이 애매했기 때문에 몇몇 표절 논란 프로그램들은 ‘장르의 유사성’이란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양심’이란 도덕적 잣대는 큰 강제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표절의 기준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을 긋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방송가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처럼 완벽한 크리에이티브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여러 프로그램에 제작되면서 아이디어는 고갈됐고, 과거 콘텐츠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로 바꾸는 게 일반화됐다.
이런 제작 현실에서 단순히 어디선가 봤다고 해서 ‘표절’의 칼날을 들이밀 수 있을까. 동국대학교 조명희 교수는 “요즘 방송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화 돼 있다. 인터넷과 매체의 발달로 해외와 자연스럽게 콘텐츠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표절은 이런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 디자인=이주영 |
그는 “어떤 포맷을 참고해 제작할 때 우리 색깔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진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KBS1 ‘전국노래자랑’ KBS2 ‘TV쇼 진품명품’도 방송 초기 표절 논란이 있었지만 토속적 정서를 담으면서 시청자가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인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도 표절 논란은 더욱 심화될 터인데, 제작진은 안주하지 않고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BS 박상혁 PD도 제작진 입장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많은 수의 PD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참조하고 연구한다. 이런 참조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얼마나 세련되게 녹여내느냐가 표절을 피하는 관건인 것 같다”며 “기준이 굉장히 애매해 시청자 판단의 몫이다. 전세계적으로 법적 근거도 없다. 다만 본인의 스타일로 재창조해내면 시청자에게 인정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표절이라고 지탄받는 것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처럼 참조와 표절 사이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표절 시비는 계속 튀어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 분야라 법적 울타리로 표절 문제를 강제할 가능성도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 더 나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제작진의 노력만이 해결책이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부심과 양심을 지키는 한편, 콘텐츠에 보다 독특하고 신선한 시도를 더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1초 생활권에 접어든 시청자의 눈이 갈수록 더 날카로워진다는 걸 잊지 말고 피나는 ‘재창조’ 작업이 이뤄져야 할 때다.
수용자 역시 ‘근 100년 이래 새로운 창조는 없다’는 말을 인식하고 표절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표절 프로그램에 관대해지란 뜻이 아니다. 다만 무조건 ‘비슷하면 표절’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 게 시대 조류에 부응하는 길 아닐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