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다이아몬드 3캐럿이나 줬다고? 집 한 채 값을? 커헉~”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했다며 한 어머니가 뒷목을 잡고 오열했다. 여자 친구가 애 딸린 미망인이라는 점 때문에 커튼을 찢어가면서까지 분개한 것. 그러나 그의 화는 오히려 보는 이를 불편하게 했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비난 기사가 쏟아지면 쏟아질수록 개연성 없는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마치 이런 노이즈 마케팅을 바란 듯한 모양새다.
↑ 사진=MBC 방송 캡처 |
특히 18일 방송분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이없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오달란(김영란 분)이 육선중(이주현 분)과 김효경(금단비 분) 사이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오간 사실을 알고 난리를 치는 에피소드도 그 중 하나였다.
물론 아들 혼사가 중대사이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오달란의 반응은 마치 비극적 모노드라마를 찍 듯 과장됐다. 또한 같은 여자로서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김효경을 죄인 취급하는 것 역시 시청자의 마음을 언짢게 했다.
육선지(백옥담 분)의 중전마마 코스프레 장면도 눈에 거슬렸다. 그는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어른들이 여자 다리 보이는 게 좋지 않다고 하더라”며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도 모자라 시부모에 대한 공경은 당연하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좋은 내용의 얘기지만 어쩐지 들리기엔 ‘시청자들아, 내가 네게 훈수해주겠다’는 식이었다. 마치 고급스러워 보이고 싶어 하는 임성한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도 같았다.
‘압구정백야’의 기획의도를 보면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순수한 가족 얘기를 담은 드라마라고 적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딜 봐도 그 의도를 찾아볼 수 없다. 임성한 작가의 조카 백옥담을 향한 특혜 논란이 일지 않나, 산으로 가는 극 전개에 ‘오로라 공주’ 이후 어김없이 등장한 ‘데쓰노트’까지 이미지 훼손하는 자극적 이슈들만 가득할 뿐이다.
특히나 시대를 거스르는 고리짝 가치관들이 극을 지배하고 있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가족과 함께 모여 휴식을 취하는 황금 시간대에 전파 낭비는 누구라도 나서서 꼬집어줘야 하지 않을까.
3캐럿 다이아몬드가 아깝다던 누군가에게 고한다. 우린 그 드라마를 보는 30분이 더 아깝다고.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