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오기환 감독은 중국 배우 백백하와 평위옌, 장경부가 출연한 영화 ‘이별계약’(分手合约)으로 중국 내 흥행을 거둘 뿐 아니라, 동시에 한국 감독의 중국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오 감독은 이에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웃으며, “‘이별계약’이 지표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앞서 ‘위험한 관계’ 허진호, ‘필선’ 안병기 등 감독이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나. 이제 허인무, 조진규 감독 등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분들도 많다. 모두 합쳐 10편 정도의 작품이 된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 “‘이별계약’은 1억 9000만 박스오피스를 차지했는데, 당시 2억 위안(한화 약 362억 3000만 원)이상이면 흥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3억 위안(한화 약 543억 4200만 원)이 흥행이라고 친다. 극장 수가 당시보다 만 개 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 감독은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가 2억 위안을 넘지 못하면 중국에서 굳이 한국 영화감독과 손잡을 일이 있겠나 싶다. 자본주의 논리 상 ‘이별계약’이 신기루가 된다면 한류는 거품밖에 되지 않는다. 예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감독에 따르면 한국도 상업영화 감독이 강우석 감독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중국에서도 펑샤오강 등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감독들이 배출되고 있고, 한국에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0 단계에서 2.0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
오 감독은 중국과 계약을 하는 단계인 현재를 1.0 단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1.0 단계가 고용돼서 가는 단계라고 친다면, 2.0 단계는 중국 사람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를 한국에서 수출하는 단계”라며 “개인 제작자와 감독들은, 중국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 단계에서는 1.0 단계를 통해 터득한 것을 바탕으로 분석을 해, 더 나아갈 방향을 잡을 때라는 것이다.
“중국이 막연히 한국을 좋아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발은 한국에 두고 중국에서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때다. 중국에서 살면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네이버 보다는 바이두를 보며 중국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오 감독은 ‘이별계약’ 촬영과 메이크업 했던 팀이 현재 중국영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영화를 하려면 중국에서 살아야 한다. 언어는 당연히 습득해야하고, 그 다음 정서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별계약’ 이후, 한국에 있다가 작년부터 다시 중국을 찾은 오 감독은 중국의 변화를 절감하고 있었다.
오 감독은 “중국은 변화가 엄청 빠르다. 특히 상업 영화는 ‘한발’ 앞서야 하기에,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존심을 살리되, 크기는 인정해야 한다”
오 감독은 “중국은 14억 인구고, 한국은 5천만이다. 중국에 5억 명은 좋아해야 성공아닌가. 하지만 중국에서 1억만 좋아해도 한국보다 인구가 많으니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농도와 밀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자존심은 살리되 크기는 인정해야 이길 수 있다. 자존심만 가지면 안 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힘있게 말했다.
중국이 아직 한국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아닌 반도적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 감독은 “우리나라만 관객 수를 따지지, 외국에서는 영화의 매출액을 따진다. 뿐 만 아니라 영화 촬영 시간도 6주 플랜에, 하루 12시간 이상 영화를 찍지 않는다”며 “한국의 장점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별계약’ 역시 31회에 촬영이 끝났다. 오 감독은 “한류를 붙들려면 전 세계 방식과 같은 방법으로 발을 맞춰야지 자국 중심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문화의 다양성과 문화적인 간극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영화라면, 중국에서 중국 작가와 써야하는 것 아닌가”
오 감독은 한류를 이끌려면 자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닌 더 넓은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한국에서 쓰는 게 말이 되는 가. 중국에서 중국 작가와 써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중국인들의 감성 포인트나 웃음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 영화는 중국배우들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를 왜 한국에서 찍는가. 중국에서 찍어야 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한중합작이 나오려면, 중국에서 흥행해야 하는가. 그러려면 중국인들의 구미에 맞아야 한다. 함수를 풀어야하는데 수학만 푸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 이별계약 중국 포스터 |
때문에 오 감독은 중국인 제자들을 불러, 의견을 수렴했고, ‘이별계약’을 만들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오 감독은 한국과 중국의 다른 작법 뿐 아니라, 사고까지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오 감독은 “시나리오를 만들 때 4단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병을 아는 게 3분 1지점이라면, 중국에서는 3분의 2 지점이어야 한다. 모든 게 다르다”며, 절대 자신의 판단이 아닌, 중국인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끼리 회의보다는 중국인들과 함께 해야 할 뿐 아니라, 연기지도도 한국식은 안 된다”며 “중국 영화는 중국 땅에서 발을 디디고 그 나라 언어와 정서로 해야 한다”고 또 한 번 강조했다.
“한류 가능성, 이젠 3.0을 바라봐야 한다”
오 감독은 한국의 내부 콘텐츠를 적용한다면 앞으로의 한류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리적 저항은 걷어 들이고 한국의 콘텐츠를 중국에서 숙성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오 감독은 “한중합작의 2.0을 지나, 3.0이 되어야 한다. 3.0은 한중이 힘을 합쳐 할리우드 진출이다. 중국 완다 그룹이 미국 거대 영화관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지 않았나. 한국 콘텐츠로 중국 배우들이 출연하해 전미개봉을 하는 세계 공략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감독에 따르면 글로벌 공략이라고 한다면 그 나라에 맞춰야 한다. 한국에 100이면 중국에 맞게 1000정도는 할 생각으로 해야지, 20, 30 정도의 부가판권으로 다가가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 문화도 그 나라에서 1위를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 감독은 ‘이별계약’이 중국에서 성공을 한 이유에 대해 “한국인들이 아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웃음과 눈물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를 찍으며 한류를 절감하게 된 순간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찍고 뒷풀이 할 때”라며 “백백하가 집안에 일이 있다고 뒤 늦게 합류했는데, 출연배우들과 스태프들 등 4개국 사람들이 모여 각국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새벽 4시까지 한 마음으로 소통했다. 이런 게 한류아닌가”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오 감독은 “중국에 진출하려면 돈을 벌려고 가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 영화를 찍는 아티스트가 될 것인지, 진출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감독은 자신은 중국에서 영화를 만들어 한류를 퍼트릴 것이라는 각오와 함께 말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