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대사를 만들어 낼 때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멍 때리고 있을 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메모했다”
영화 ‘스물’은 과연 충무로에서 ‘말맛의 달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병헌 감독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다. ‘과속스캔들’ ‘서니’ ‘타짜-신의 손’ 등의 각색가로 활약한 바 있는 이병헌 감독의 힘 있는 대사는 관객들을 웃기고, 일상에서 건져 온 대사들로 현실감을 더해 공감까지 잡아냈다.
‘스물’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스무 살의 젊은 혈기가 왕성한 영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세 명의 친구는 갈림길 앞에 서있다. 이상과 현실이라는 길 앞에서 고민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으로 영화의 막이 열린다.
대기업 입사가 꿈인 경재(강하늘 분)는 현실을, 만화가가 되고 싶은 동우(이준호 분)는 이상을, 그리고 치호(김우빈 분)는 갈림길 사이에 있는 들판을 걸으려 한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현실을, 누군가는 열정 가득한 이상을 선택할 때 누군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이 장면은 실제 스무 살의 가장 큰 고민을 동화적으로 표현해낸 장면이다.
젊은 에너지로 중무장한 스무 살 청년들의 삶은 미숙하고 하찮은 순간들로 가득하다. 이병헌 감독은 이 청춘들의 이야기를 애서 꾸미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과도기적인 시기를 마냥 절망적이게 그려내는 것도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현실 속의 스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바로 이병헌 감독이 담은 스물이다.
감독이 병맛과 정극을 오가며 혼을 빼 놓는 사이, 그 허점을 노려 관객들의 배꼽을 가격하는 건 세 명의 배우들이었다.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싶을 정도로 배우들은 제대로 망가졌다. 인기만 많은 놈, 생활력만 강한 놈, 공부만 잘하는 놈. 잘생긴 외모의 세 배우는 그 속에 감춰진 찌질한 매력으로 쉴 새 없이 웃음보를 쥐게 한다.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 절정의 백수 치호를 연기한 김우빈은 지금가지 선보였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완벽하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만화가의 꿈을 위해 쉴 틈 없이 준비하는 생활력 강한 동우 역의 준호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철저한 자기관리로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엄친아 경재 역의 강하늘은 코믹한 연기 변신으로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좋든 싫든, 현재 청년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과 고민, 그리고 이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낸 ‘스물’은 향후 ‘서른’ ‘마흔’ 시리즈까지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홀렸다. 오는 25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