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봄 개편 시즌을 맞이해 각 방송사가 새 예능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면서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대규 정규 편성이 돼 눈길을 끌고 있다.
봄은 개편의 계절이다. 각 방송사는 봄맞이 개편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부진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개편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미 SBS와 MBC는 몇몇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하고 후속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준비했다.
특히 이런 개편 움직임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설 특집 등의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대거 정규 편성이 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새롭게 편성된 프로그램 중 순수하게 새로 제작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예능 편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은 셈.
SBS에서는 지난 21일 ‘아빠를 부탁해’를 정규 편성 후 첫 방송했다. ‘아빠를 부탁해’는 50대 아빠와 20대 딸의 소원해진 부녀 관계의 회복을 그리는 과정을 담는 리얼 부녀 버라이어티다. 프로그램은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가 자신의 딸들과 시간을 보내며 서툴게나마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그린다.
지난 2월 설 특집으로 2회분이 방영된 ‘아빠를 부탁해’는 평균 시청률 13%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많은 시청자는 “‘아빠를 부탁해’가 정규 편성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고, SBS는 검토 끝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영재발굴단’도 설 특집으로 선보였던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예능과 교양을 모두 잡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시청자에 통해 호평을 받았고, SBS는 당시 전현무가 맡았던 MC 자리에 컬투를 새롭게 영입하면서 새로움을 더했다. ‘영재발굴단’은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는 영재들을 찾아 이들의 남다른 일상을 관찰하며 ‘행복한 교육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는 25일 오후 8시55분 첫 방송된다.
‘불타는 청춘’도 역시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룸메이트’ 시리즈를 진두지휘한 박상혁 PD가 새롭게 선보이는 ‘합숙’ 예능인 ‘불타는 청춘’은 중년 싱글남녀스타들이 1박2일동안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 지내며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설 특집 당시 참여한 김국진, 강수지 등과 함께 새롭게 성악가 김동규, 가수 조정현등이 합류해 새단장을 마치고 오는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설 특집의 정규 편성은 SBS뿐만이 아니다. MBC는 ‘일밤’의 ‘애니멀즈’가 저조한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폐지의 칼을 빼들었다. ‘애니멀즈’가 사라진 빈자리에는 지난 설 특집으로 방영돼 큰 화제를 낳았던 ‘복면가왕’이 편성됐다.
‘복면가왕’은 가면을 쓴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편견 없이 오로지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 받는 프로그램이다. 설 특집 방송 당시 이엑스아이디(EXID) 솔지가 걸그룹이라는 편견을 깨고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고, 실력을 재평가 받는 계기를 얻기도 했다. 시청자의 호평 속에 10%의 시청률을 돌파한 ‘복면가왕’은 내부 검토 끝에 마침내 주말 예능에 안착했다.
KBS는 설 특집이 아닌 크리스마스 특집 파일럿 프로가 정규 편성이 돼 이미 방송 중이다. KBS2 ‘마녀와 야수’는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영됐다. 남녀가 가면을 쓰고 오로지 마음으로만 서로에게 다가간다는 신선한 미팅 콘셉트로 많은 호응을 얻은 ‘마녀와 야수’는 지난 2월 정규 편성이 확정돼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정규 편성으로 개편에 한몫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전에는 특집 방송을 1회분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특집 방송을 정규 편성으로 확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어느 정도 대중성이 확인하는 것이 방송사 측에서도 편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최적의 시간대를 찾기 위해 시청자층을 분석하는 자료를 모으는 것에도 파일럿 방송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개편 사항에는 꼭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S2 ‘두근두근 인도’는 오는 4월10일 첫 방송인 신규 프로그램으로, 파일럿 방영 없이 곧바로 정규 편성을 확정 받았다. 금요일 11시20분에 방송되던 SBS ‘웃찾사’는 일요일 오후 8시45분으로 시간대를 변경해 방송한다.
하지만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폐지 소식을 알린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설 특집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편성 확률이 높아졌고, SBS ‘썸남썸녀’도 설 특집 방송 이후 내부에서 정규 편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