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배우? 베테랑? 무대에 익숙해지는 건 배우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한때 자신감에 차 무대에 올랐던 순간도 물론 있었지만…(긁적). 그게 얼마나 안일한 마음이었는지 이제야 알게 됐죠. 그만큼 놓게 되는 게 많아지고 게을러진다는 얘기거든요. 이제야 알겠어요. 왜 선배들이 설수록 떨리는 게 무대고, 연기는 할수록 어렵고, 알수록 겁나는 게 예술이라는 건지. 부족함을 채우기도 바쁜 요즘, 무대에서는 게 점점 더 무섭습니다. 제가 더 많이 성장한다면 좀 나아지겠죠? 하하!”
소극장 뮤지컬의 전설, ‘마마 돈 크라이’가 세 번째 공연을 올린다.
시간이 흘러도 매혹적인 존재,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마마 돈 크라이’가 한층 더 강화된 매력으로 다시 한 번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최근 재연에 이어 또 한 번 ‘마마 돈 크라이’(이하 ‘마돈크’)에 합류하게 된 배우 송용진을 만나 유쾌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재연의 기대를 한껏 뛰어 넘는 완성도 있는 신선함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등장한 송용진은 “지난 공연의 아쉬움을 보완해 스토리가 더욱 탄탄해졌다. 2인극 버전의 완결판이 될 것”이라며 ‘마돈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거 프로페서V에 초첨이 맞춰졌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도 심도 있게 다뤄진다. 음악적 표현도 더 다양해졌다.
송용진은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지다 보니 훨씬 더 입체적이고 변화무쌍하다”며 “새로운 연출의 젊은 감각 덕분에 배우들 간 소통도 활발해졌고 각종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접목됐다. 관객은 물론 배우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유부남이 된 이후 최근 로맨스 공연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묘한 설렘도 살아있어요. 극 중 드라큘라와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프로페서V라는 캐릭터 자체가 사랑하는 여인 ‘메텔’을 향한 감정이 아주 강렬하기 때문이죠. 로맨스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아요.”
프로페서V는 천재지만 ‘괴짜’고 사랑에는 완벽한 ‘허당’이다. 이런 그가 사랑하는 여자로 인해 고뇌에 빠지고 일생일대의 변신을 맞게 된다.
“자신도 몰랐을 거예요.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엄청난 운명을 변화시키는 지. 결국 로맨스를 잘 이해하고 표현해야 프로페서V를 완전하게 연기한다고 볼 수 있죠. 비극적 요소와 앞뒤 변화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초반 코믹를 더욱 세심하게 연구했어요. 로맨틱하면서도 비극적인, 그게 제가 표현하고 싶은 프로페서V에요”
“대사를 빨리 못 외우기로 유명한데 워낙 어려운 용어가 많아 고생이 많았죠. 그러면서도 엉뚱한 면이 많은 친구라 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역할 잘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많이 참고했어요. 신하균 조니뎁 같은 배우요. 게다가 요즘엔 연기의 깊이에 대한 욕심이 생겨 공연을 하면서도 고민이 더 많아졌어요.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하하!”
작품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한층 무거워졌다고 했다. 유쾌함 속에서도 진지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 송용진은 “‘마돈크’는 분명 자생 가능한 창작 뮤지컬의 선례이자 많은 배우들이 합류하고 싶은 ‘워너비’ 작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마돈크’는 많은 배우들이 탐낼 만한 요소가 다분한 작품. 게다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 중이라 미래가 밝은 것 같다”며 “그런 작품이기에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작품 경험이 많다보니 제게 ‘베테랑’ 배우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무대에 익숙해지는 게 결코 잘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스타요? 에이~ 익숙해지는 만큼 놓게 되는 게 많아지고 안일해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계속 가려는 욕심을 놓지 않으려고 늘 노력해요. 예술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알면 알수록 겁나는 것 같아요. 할 게 점점 더 많아지는 느낌?”
유독 무대가 무서워졌다는 겸손한 그에게 ‘마돈크’는 진정 특별하다. 예비 아빠이기도 한 그는 끝으로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서도 정말 뜻 깊은 공연이 될 것 같다”며 “올해 나를 가장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는 공연이자 태어날 우리 딸에게 선물 같은 공연”이라고 했다.
“잘 마무리만 해 놓으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나고, 잘 하고 싶고, 고민도 많아요. 게다가 우리 가기가 뱃속에서 본 첫 공연이기도 하거든요. 공연을 마치면(6월말께) 아기도 나오니 배우로서, 인간 송용진으로서도 의미 깊은 작품이 아닐 수 없죠. 하하!”
한편,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이하 마돈크)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불멸의 삶을 사는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뱀파이어가 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다. 독특한 분위기와 락 중심의 넘버에 2인극 형식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오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 쁘띠첼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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