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배우 김영재입니다. 얼마 전 첫 방송한 tvN 단막극 ‘위대한 이야기’에서 상준 역으로 찾아뵈었어요. 김시스터즈의 첫째 숙자를 좋아하는 소년 기억나시죠? 단막극인 ‘위대한 이야기’의 첫 에피소드를 꾸미게 되다니, 상상도 못했어요. 알았으면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몰라서 더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블루칩’이라고 불러주시기까지 하니 영광일 따름이에요. 그게 다 ‘위대한 이야기’ 첫 회에서 활약한 덕분이 아닐까요? 원래 첫회와 마지막회는 항상 강렬한 법이니까요.(웃음)
◇ 천하의 모범생, 연기를 꿈꾸다?
사실 제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웃기다’고 해요. 제가 평소에는 굉장히 조용하고 얌전해요. 약간 좀 묻어가는 스타일이랄까.(웃음) 그런 제가 카메라 앞에서는 돌변하니까 얼마나 웃기겠어요. 아는 사람이 TV에 나와서 막 뭘 하고 있으니까 이상하기도 하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이 된다고들 하더라고요. 연기하는 분들은 활달한 분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 같은 사람도 꽤 많답니다.(웃음)
‘위대한 이야기’는 촬영이 작년 12월에 끝났어요. 요즘에는 연기도 연습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많이 보고 있죠. 학교는 휴학 중인데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하고 있어요. 좀 의외죠?(웃음) 사회학부에서 과를 나누면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게 됐는데, 우연히 들었던 수업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더 배워보고 싶었어요.
저는 다행히 연기를 약간 늦게 시작한 편이라 공부도 병행할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어요. 공부는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엄청 모범생도 아니었지만요.(웃음) 딱히 방황한 시기도 없었어요. 지금 매니저 형이 옆에서 ‘쟤는 학교에서 딱 앉아서 공부만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시는데 그냥 하시는 말이에요. 그렇죠, 형?(웃음)
↑ 사진제공=싸이더스HQ |
연기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에요, 제가 중학교 때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진로를 고민하게끔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더욱 제 미래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왜 하필 연기냐고요? 다른 사람들은 연극을 보고 ‘딱 꽂히고’ 이런 과정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없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는 모든 계기가 정확하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제게는 연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이 갔죠. 저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그러니 얼마나 이 세계에 대해 몰랐겠어요. 그런데도 계획을 나름대로 세워서 이 회사, 저 회사 알아보고 다닌 것도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하기만 해요.
데뷔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했어요. 사실 ‘연기를 해야지’ 마음먹고 데뷔를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요. 1년 남짓 정도였죠. 운이 참 좋았어요. 데뷔하고 그 뒤가 조금 오래 걸렸지만.(웃음)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자마자 연기 학원에 등록해 두 세 달 정도를 다녔고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여기 저기 프로필을 넣고 다녔어요.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니까 더 무식하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연기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어린 나이였던 데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정말 폭풍 같았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요.
◇ 5년 안에 한 작품이라도 하자는 목표, 이뤘죠
사실 지금 소속사에서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을 때 ‘내가 싸이더스에 이메일을 보냈다고?’ 싶었어요. 설마 싶었던 거예요. 연락을 준 분이 벙찐 저의 목소리에 ‘대부분 좋아하던데 좋지 않아요?’라고 물어보실 정도로 얼떨떨했어요. 오디션이 대부분 수시 모집이어서 딱히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1~3월에 프로필 받은 사람 중 오디션을 치르고 이런 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프로필을 넣은 게 딱 그 마감일 전날이었대요. 그래서 우연히 관계자 분이 제 프로필을 보게 됐고, 눈에 들어서 연락을 주셨다고 나중에야 듣게 됐죠. 정말 딱 착착 진행돼 다행이었어요. 운이 정말 좋았죠.
그렇게 회사에 들어오고, 신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죠. 2013년도부터 작품을 들어가기 시작했으니까요. 물론 기다렸던 건 2년이지만, 그 중 1년은 대학 가느라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연기 공부도 계속 하고, ‘언젠가 좋은 게 있겠지’ 싶으면서 시간을 보냈죠.
↑ 사진=하이스쿨러브온 방송 캡처 |
사실 오디션 마다 다 떨어지면서 ‘이게 아닌가’ 싶은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5년, 10년은 해보고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안 되면 그 때가서 다른 걸 찾아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노력을 더 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 때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어요. ‘5년 안에 한 작품이라도 하자’는 거였죠. 그런데 그 안에 세 작품이나 했잖아요. 목표를 달성한 셈이죠(웃음)
가끔 공부 열심히 했는데 공부에 대한 미련은 없냐고, 공부를 계속 해서 다른 걸 해볼 걸 하고 후회하지 않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전 미련은 없어요. 제 친구 중에 정말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확실히 ‘공부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걸 그 친구를 보고 더욱 느꼈죠.
열심히 공부하던 제가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선언한 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에는 ‘방황’ ‘일탈’처럼 보일 수도 있겠어요. 부모님께서도 처음엔 충격을 받으셨죠. 말썽 한 번 안 부리던 애가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나서니 말이에요.(웃음) 하지만 크게 반대는 안 하셨어요. 부모님께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라. 하지만 우리는 그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도와줄 수는 없겠다’고 말씀하셨죠. 항상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씀하셨던 분들이었거든요. 제 연기 도전도 묵묵히 응원해주셨죠. 정말 감사해요.
◇ 첫 현장, 충격이었죠…사실 지금도 익숙하진 않아요
첫 현장에 갔을 때요? 정말 정말 달랐죠. 제가 생각했던 연기는 연극과 비슷했어요. 그런 제게 카메라 컷이나 연기, 같은 장면을 반복 촬영하고 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낯설었겠어요. 충격을 받았죠.(웃음)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도 썩 익숙하지는 않아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적응하느라 힘들고, 연기하느라 힘들고.
그런 제게 같이 출연한 배우 분들은 다들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실 수 밖에 없었어요. 특히 2011년 출연했던 ‘내딸 꽃님이’라는 일일드라마가 가장 생각나요. 일일드라마가 처음이어서 그런 긴 호흡도 처음이었고, 비중도 갈수록 커져서 어려웠어요.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스스로에 자괴감도 많이 느꼈던 때였죠. 그 때 감독님께서 제게 ‘다른 분들 하는 걸 많이 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야말로 공부의 현장이었어요.
2014년에 찍은 KBS2 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은 반대로 다 또래였어요.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고 놀기도 했죠. 또래들이 많이 출연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또 색다르더라고요. 제가 맡은 역할이 사실 성격과 참 많이 달랐어요.(웃음) 제가 극중에서 ‘짱’ 역할이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다 마음 안에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죠. 제가 다른 학생들을 때리고 하는 장면도 있어요. 사실 맞는 연기를 하는 분들이 다들 형이었어요. 제가 언제 그렇게 형들에 해보겠어요.(웃음) 묘하게 쾌감도 있고 웃음도 나고 그랬어요. 다들 엄청 친해서 더 재밌었고요. 지금도 그 때 친했던 형들이랑 연락하고 지내는 걸요.
↑ 사진제공=싸이더스HQ |
◇ 롤모델은 장혁 선배님…연기 뒤의 노력이 존경스러워요
롤모델이요? 저는 한결같이 장혁 선배님이었어요. 같은 회사에 소속되기 전부터도 그랬어요. ‘추노’ 때 정말 빠졌거든요. 그리고 제가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가까이 봤는데 더 빠져들었어요. 노력을 정말 많이 하세요. 작품을 준비하실 때는 연습실에 진짜 매일 나오시더라고요. 정말 치열하게 준비하시는데, 신인인 저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연습하시고 준비하실 정도예요. 전에는 연기만 보고 존경했다면, 지금은 그 이면의 노력까지도 존경하게 됐어요.
제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코미디 연기를 좀 해보고 싶어요. 아, 의외라고요?(웃음) 평소에 좀 진중한 편이라 제가 남을 웃길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제가 막 웃기는 게 아니라 상황이 웃겨서 정말 웃긴 작품들이 있잖아요. 배우 짐 캐리가 웃긴 상황을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하는 게 웃음을 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러니에서 오는 웃김을 연기하는 그런 작품을 해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는 아역으로 보면 늦었고, 성인 역을 하기에는 애매했어요. 그래서 더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을 가면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때로는 ‘너무 어리다’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딱히 어린 느낌이 안 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에요. 애매함에서 벗어나니까요. 지금까지는 준비하는 기간이었고, 앞으로도 준비를 많이 하겠지만 더 연기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 자신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될 정도예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