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애니멀즈’가 전에 본 적 없던 신선한 캐릭터를 남기며 종영의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1월25일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애니멀즈’(이하 ‘애니멀즈’)는 ‘옴니버스 예능’이라는 콘셉트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중국에서 세 쌍둥이 판다를 돌보는 ‘곰 세 마리’, 출연진이 동물들과 한 방에서 동고동락하는 ‘오케이 목장’, 건장한 남성 출연진들이 강아지와 어린이를 함께 돌보는 ‘유치원에 간 사나이’라는 색다른 코너들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 사진제공=MBC |
그러나 열어본 결과물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애니멀즈’는 “산만하다”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연일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곰 세 마리는’ 첫 선을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전역에 퍼진 판다 전염병으로 인해 일찍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른 폐지에도 불구하고 ‘애니멀즈’는 색다른 캐릭터를 발견해냈다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주 얼굴을 비췄던 출연진들이 처음 보는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동물, 아이들과 줄곧 함께 있어야 한다는 포맷의 특이점이 출연진에게 영향을 끼친 탓이다. 여기에 사랑스러운 동물들과, 아이들과 함께하며 시너지가 올라갔던 출연진들이 있다.
◇‘록커’에서 ‘동물의 왕’으로…윤도현의 재발견
‘사랑했나봐’ ‘사랑TWO’로 잘 알려진 윤도현. 그는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는 내레이션을, 종합편성채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는 성실한 모범생 캐릭터를 선보이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그런 그가 ‘애니멀즈’에 출연해 ‘동물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더욱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윤도현은 ‘오케이 목장’ 코너에 출연해 타조, 염소, 돼지 등과 한 방에서 함께 지냈다. 윤도현은 처음부터 심상찮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모든 멤버들이 기피하는 타조와 유일하게 ‘케미’를 발산한 출연진이었기 때문이다. 타조는 처음 보는 사람을 보고서 부리로 계속해서 쪼아댔고, 다른 출연진들은 타조로부터 도망치기 바빴다. 그러나 윤도현은 타조에게 “하지 마”라고 소리치는 등 유일하게 맞서 싸워 웃음을 유발했다.
↑ 사진=애니멀즈 캡처 |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 15일 방송된 편에서 윤도현은 새끼 염소와 특별한 교감을 나눴다. 다른 출연진들은 경계하며 울음을 터뜨리던 새끼 염소가 윤도현이 끌어안자 ‘폭’하고 안긴 것이다. 게다가 모든 걸 내려놓은 자세로 늘어져 잠에 빠져들었다. 이를 본 멤버들은 “역시 동물의 왕”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뿐만 아니다. 윤도현이 화장실만 갈라 치면 동물들의 그의 뒤를 쫓아와 길을 막아서기도 하고, 소 떼가 윤도현의 말 한마디에 대거 이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진귀한 현상은 윤도현의 ‘동물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윤도현은 ‘애니멀즈’에서 애완견 쀼를 공개하며 평소 동물 애호가임을 밝히기도 했다.
◇ 서장훈·돈 스파이크, 생각보다 거칠지 않아요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상남자’로 출연했던 서장훈, 돈 스파이크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았다. 두 사람은 ‘유치원에 간 강아지’ 코너에서 어린이들과 강아지들을 돌봐야 하는 유치원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서장훈은 윤석이와 짝을 이뤄 ‘러블리 케미’를 발산했다. 윤석이는 자주 울먹이면서도 언제나 “예”하고 답해 ‘예스맨’이라는 별명을 지닌 어린이 출연자다. 윤석이는 처음 본 서장훈의 거대한 몸짓에 깜짝 놀라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서장훈은 그런 윤석이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면서도 울음을 달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 사진=애니멀즈 캡처 |
서장훈의 노력 덕분에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친밀해졌다. 윤석은 “삼촌(서장훈)이 목소리를 크게 해서 많이 울었다”며 진심을 털어놓기도 했고, 서장훈은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윤석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자상한 말투, 행동을 보여 훈훈함을 자아냈다.
돈 스파이크 또한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따뜻한 면모를 드러내 반전 매력을 뽐냈다. 그는 2월1일 방송분에서 유기견 남매와 만나 정성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돈 스파이크는 과거에 버림받은 기억 때문에 외출을 힘들어하는 유기견 남매를 보며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강아지들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깥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마음에 많이 걸린다”는 속마음을 내비쳐 호감을 더했다.
서장훈과 윤석은 이제야 정이 시작했고, 아이들은 이제야 강아지에 겁먹지 않고 함께 뒹굴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애니멀즈’의 이른 종영은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애니멀즈’에는 다른 육아 예능과 달리 동물이 등장했다. 마지막은 언제나 서운하지만, 이런 신선한 행보가 시도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