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박성웅, ‘살인의뢰’로 악역 정점 찍었으니 살려는 드릴게

부녀자 1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마. 동정심과 죄책감,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더욱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 조강천(박성웅 분),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의문의 공격을 당한다. 감옥에 갇힌 그를 노리는 자, 과연 누구인가. / ‘살인의뢰’

[MBN스타 여수정 기자] 더욱 세졌고 강력해졌다. 아마도 한국 영화계에 그를 능가할 만한 악역은 없을 것이다. “찾아봐” “버러지 같은 것들” 등 그가 내뱉는 대사가 매우 적음에도 그 어떤 캐릭터보다 존재감이 ‘갑’이다. 배우 박성웅은 영화 ‘살인의뢰’를 통해 그의 바람이자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악역의 정점’을 찍게 됐다.

분명 박성웅의 바람이 이뤄졌지만 왠지 모르게 오싹한 건 무엇일까. ‘신세계’를 비롯해 ‘찌라시-위험한 소문’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까지 박성웅의 필모그래피에는 유독 악역이 많다. 이에 그는 “생김새와 체력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센 캐릭터를 더욱 세게 만드는 박성웅의 눈빛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1차원적인 접근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력 덕분인 듯하다.

↑ 사진=MBN스타 DB

이번에 ‘살인의뢰’에서 맡은 조강천은 연쇄살인범이다. 피를 보고 광대가 승천하는가하면, 자신이 한 행동을 살인이 아닌 단순한 놀이로 아는 매우 무서운 인물이다. 피해자를 향해 무기를 내리치는 노골적인 장면은 없다. 하지만 소리와 행복해 미칠 것 같다고 말하는 듯한 강천의 웃음이 모든 걸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 계속 센 역만 연기했기에 연쇄살인마라는 강한 역할이 고민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센 역할이었기에 선택했다. 이젠 악역을 그만해야겠다. (웃음) 배우 박성웅으로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신세계’ 이중구 역이 내게 맡는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내 악역연기에 호응해줘서 센 것을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너무 소모된 것 같아 식상하다. 옆집 형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다. 다행히 ‘오피스’와 ‘무뢰한’은 ‘살인의뢰’와 분위기가 달라 너무 좋더라. 힐링됐다.”

박성웅은 이미 많은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해왔기에 조강천 역 소화에도 별다른 무리가 없어 보였다. 역대 최강 악역임에도 말이다.

“촬영 기간 동안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무뢰한’과 같이 끝냈고 그 후 ‘오피스’를 바로 들어갔다. 캐릭터 변화 때문에 ‘살인의뢰’ 강천에 대해 잊고 있다가 개봉 즈음을 시작해 지금까지 기사가 나고 있어 또 다시 조금 힘들다. 1차원적인 생각으로 강천에게 접근하려했다. 최대한 순진하게 웃자고 생각했다. ‘살인의뢰’가 다른 스릴러와 다른 점이 있다. 스릴러이지만 피해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내가 등장함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대놓고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니라 보일 듯 말 듯 다 보여주고 있다. 또한 범인도 초반에 잡힌다. 가장 강점은 3년 전과 후의 변화 덕분에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 사진=MBN스타 DB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네” “가기 전에 한 대 정도는 펴도 되잖아” “까리하네” “감당할 수 있겠나” 등의 출연작마다 명대사를 보유하고 있는 박성웅. 이번작품에서도 그의 명대사는 넘쳐나고 있다.

죽은 여동생(윤승아 분)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는 형사 태수(김상경 분)에게 “찾아봐. 어디 있는지”라고 맞받아치거나, 자신을 무섭게 바라보는 피해자들에게 “버리지 같은 것들”이라고 외치는 부분, 자신이 갇힌 감옥의 열쇠를 들고 쓴 소리를 내뱉는 경찰관에게 다가가 “왜 들어오시게”라고 하는 부분 등 매 장면 박성웅이 등장해 대사를 내뱉으면 모두 다 명대사가 된다.

“나 역시 ‘왜 들어오시게’ 이 부분이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우선 영화 자체가 이슈 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웃음) 영화 속 대사는 처음부터 단답형이었고, 조금씩 몸짓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애드리브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 속 내 표정은 내가 제의한 것이다. VIP 시사회 때 관객들이 그 부분을 보고 ‘무섭다’며 소리를 지르더라. 성공한 셈이다. (웃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박성웅의 말에 십분 공감할 것이다. 영화 속 모습은 물론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도 살벌하기 그지없는 그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매섭게 한 곳을 노려보는 박성웅의 표정이 담긴 포스터는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이는 따로 촬영한 게 아니라 열심히 몸을 만든 후 촬영한 것이다. 포스터 용이 아닌 스틸이었고 워낙 독만 남은 상태였기에 강천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모습이라 포스터로 사용된 것이란다.

또한 김의성과의 목욕탕 액션장면은 아찔함을 넘어 감탄을 안기는 수준이다. 두 배우의 호흡도 척척 맞아떨어졌고 무엇보다 악과 악의 대결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막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었다.

“김의성과의 목욕탕 액션은 19년 연기 인생동안 가장 힘든 촬영이었다. 3개월 동안 몸을 만들었고 촬영 당일 18시간 촬영했다. 그 전날부터 42시간이나 물을 못 마셨다. 다행히 정말 고생하고 심혈을 기울인 만큼 보람도 있고 만족하게 잘 나왔다. 무엇보다 김의성에게 놀랐다. 김의성에게 액션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부담스러웠고 무술 감독들도 모두 걱정했다. 연습 당시 엇박자더라. (웃음) 걱정을 안고 촬영장에 나갔는데 180도가 아닌 540도로 변신해있더라. (웃음) 김의성의 놀라운 변신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했다.”

↑ 사진=포스터

이젠 악역연기와 작별하고 싶다는 박성웅은 tvN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로 6월 안방극장을 찾는다. 거기에 ‘오피스’ ‘무뢰한’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올해에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사이좋게 등장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