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최근 종영한 tvN ‘호구의 사랑’ 표민수 PD가 성폭력 피해자인 도도희(유이 분)가 항소를 하는 결말을 언급했다.
1일 오후 표민수 PD는 MBN스타와의 통화에서 드라마에 성폭력, 동성애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 것에 대해 “성폭력 문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문제다. 폭력에 관한 이야기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표 PD는 “폭력을 정면으로 다루는 방법도 있지만,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우회적으로 다루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후자가 폭력과 전쟁의 참상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이, 성폭력 등의 주제를 ‘정면 도전’하기보다는 비스듬히, 삐뚤어지게 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것은 강호구(최우식 분)가 바라보는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 사진=호구의 사랑 방송 캡처 |
이어 표 PD는 “강호구는 느리게 가는 사람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빠르게 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도도희(유이 분)도 그랬고, 변강철(임슬옹 분)도 그랬다. 강호경(이수경 분) 같은 경우도 ‘사랑이란 이런 거다’라는 정의를 이미 내리지 않았나. 이런 사람들도 뒷면에는 느린 구석, 모자란 구석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호구로 인해서 바뀌어가는 과정 자체를 그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그랬기 때문에 성폭력이나 게이 요소가 발목을 잡는다든가, 소재로 사용해보자는 생각은 안 들었다. 풍자 식으로 가면서 어떻게 가볍지 않은 문제로 가지고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표현만 가벼운 것이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윤난중 작가님과 조율을 하고 맞추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다.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라고 회상했다.
‘호구의 사랑’ 결말에서는 도도희를 겁탈하고 임신시킨 가해자이지만 오히려 활개를 치고 다니는 노경우(김현준 분)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도도희는 이에 항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에 대해 표 PD는 “가장 적합한 결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도도희와 노경우의 법정 싸움의 결과를 드라마에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 “‘이것이 잘 됐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는 지금 현실에서 도도희라는 사람이 폭력을 당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만 돼도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상이 성폭력 피해자에 부조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얼마나 개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표 PD는 “결말은 그런 방향에서 가장 적합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겼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도도희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고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 전체가 내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가, 사회가 그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여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사회가 혼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구조만 되더라도 사람들은 좀 더 같이 더불어 사는 느낌도 들 것이고, 이웃과 친구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동성애, 미혼모, 성폭력 문제들이 좀 더 논의의 주제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드라마의 의미를 전했다.
한편, ‘호구의 사랑’은 3월31일 종영했으며 한편, ‘호구의 사랑’은 국가대표 수영여신 도도희(유이 분), 밀리고 당하는 대한민국 대표 호구 강호구(최우식 분), 무패신화 에이스 변호사 변강철(임슬옹 분), 남자인 듯 여자 같은 밀당고수 강호경(이수경 분)의 로맨스를 그린 청춘 드라마다. 후속으로는 ‘식샤를 합시다2’가 편성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