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새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가 공감과 웃음까지 모두 잡으며 성공적인 첫 출발을 알렸다.
지난 10일 방송된 ‘초인시대’ 1회에서는 병재(유병재 분)와 창환(김창환 분)이 초능력이 생기고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취업 못한 4학년 복학생인 병재는 혼자 화장실에서 밥을 먹다가 거미에 물렸다. 그러다 돈이 급해 찾은 인력사무소의 소장(기주봉 분)으로부터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들었고, 병재는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낄 때 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사진=초인시대 방송 캡처 |
창환은 대인공포증을 겪는 소심한 사람이었지만 성욕이 찰 때마다 쾌활하고 싹싹한 모습의 다른 인격으로 변함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월세방에서 쫓겨난 병재를 초대했고, 갑작스럽게 초능력이 생긴 두 사람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초능력을 얻는 과정과 함께 드라마에는 지금 20대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황들이 등장했다. 조별과제의 진상 조원들, 과 오빠들에게 밥만 얻어먹고 입 씻는 얄미운 여자 후배들, 병재에게 “눈을 낮춰야 한다. 왜 요즘 애들은 고생을 안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하는 취업센터 직원 등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반격을 가하는 유병재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통쾌감은 배가가 된다. 조별과제에서 혼자 일을 떠맡고, 월세 대출을 받기 위해 나섰다가 이미 학자금 대출 이자 납부가 밀려 대출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는 병재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앞서 그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시간이 주어지니 더욱 병재의 복수가 실감날 수밖에 없다.
B급 유머의 터치로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만든 것도 눈여겨볼 만 했다. 일단 부끄러움을 느껴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병재의 초능력 자체가 웃음 포인트였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심각한 상황에서도 팬티를 벗어 내린다. 다시 돌아간 시간마저도 ‘야동’을 보는 순간이다. ‘19금 코드’가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25년간 동정을 유지하면 초능력이 생긴다는 설정으로 비롯된 “요즘 모텔 대실료는 30만 원”이라는 창환과 병재의 명대사도 ‘19금 코드’로 묘하게 웃기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극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흐르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 나는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편견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병재는 취업센터 직원에게, 집주인에게, 한 조가 된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이는 인력시장에서 늘 외면 받는 창환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얼굴도 예쁘고, 늘 미소를 머금은 지은도 “오늘도 승무원 시험에 떨어졌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말한다.
드라마가 시작하는 순간 병재가 “아직까지 취업 못한 4학년 복학생”을 가리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취업으로 쓸모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르는 세태를 풍자하면서도 이를 담담하게 인정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웃기지만 슬픈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인력사무소 소장에 병재와 창환에게 “자네들은 분명히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이 오히려 허황되게 들리는 상황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 사진제공=CJ E&M |
‘초인시대’는 이처럼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면서도 우리의 상황에 자포자기하는 젊은이들, 젊은이들을 취업의 유무로만 판단하는 어른들의 행태를 정확하게 꼬집는다. 젊은이들의 고민과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tvN드라마 ‘미생’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초인시대’는 지금의 상황을 직언하지 않고 ‘돌려까기’하는 유병재 식 특유의 유머 구사로 ‘미생’과는 또 다른 모습의 청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제 막 초능력을 깨달은 병재와 창환이 이제 앞으로 어떤 적을 만나게 되고, “취업과 사랑”을 하라는 ‘사상 최대’의 미션을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드라마를 계속한다면 ‘초인시대’는 충분히 ‘미생’만큼이나 ‘공감 청춘 드라마’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초인시대’는 공대 복학생 남자, 그의 친구들이 25세 생일이 지나 초능력이 생기고, 이를 이용해 취업과 사랑을 쟁취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성장 드라마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30분에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