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첫 방송된 MBC 창사 54주년 특별기획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넘쳤다.
1회에서는 선조(박영규 분)와 광해(차승원 분)의 갈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선조한테 인정받지 못했던 광해의 어린 시절부터 선조의 죽음을 맞는 순간의 광해까지, 그의 일대기가 함축적으로 담겼다.
극의 초반 광해군은 임진왜란 당시 세자로 책봉돼 전쟁 기간 중 민심을 수습하며 상당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오히려 뛰어난 능력 때문에 선조의 미움을 사게 됐다.
결국 선조는 광해군을 폐위하고 적자 영창대군(전진서 역)을 세자로 책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광해군은 석고대죄를 올리며 “내가 잘못했다. 왕업을 이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용서를 빌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선조가 광해군 폐위 절차를 밟고 영창대군에게 왕좌를 물려준다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바꾸자, 상궁 김개시(김여진 분)는 그를 독살했고 대북파의 수장 이이첨(정웅인 분)은 영창대군 살해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
죽어가던 선조를 발견한 광해군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제가 전하와 다른 게 싫으셨던 걸 안다. 전 전하처럼 무능하지 않으니까”라면서 “전 전하와는 다른 임금이 될 것이다. 이제 이 나라의 왕은 저다”고 냉혹한 모습을 보였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에도 차승원은 묵직한 존재감과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섬세한 표정 연기와 다양한 눈빛, 목소리로 광해의 복잡한 내면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부강한 조선을 꿈꾸며 나라를 전란의 소용돌이에서 구하려 했지만 오히려 정통성에 도전을 받고 급기야는 신하들에게 쫓겨난 비운의 군주 광해군. 차승원이 앞으로 광해군을 어떻게 그려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질투를 그린 50부작의 대하사극이다. ‘환상의 커플’ ‘내 마음이 들리니’ ‘아랑사또전’으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상호 PD와 ‘마의’ ‘동이’ ‘이산’ 등을 통해 MBC 사극을 이끌어온 김이영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매주 월, 화 오후 10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