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새 금요드라마 ‘초인시대’가 20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젊은이들에게 높은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초인시대’ 1회에서는 취업 못한 대학 4학년인 병재(유병재 분)와 그의 친구들이 초능력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병재와 창환(김창환 분)은 25살까지 동정을 지키면 초능력이 생긴다는 인력사무소 소장(기주봉 분)의 말을 듣고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자각해가는 과정이 담겼다.
드라마는 요즘 예능 대세인 ‘유병재’가 각본을 쓰고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가제가 오죽하면 ‘유병재 드라마’였을까. 유병재가 작가로 활동하던 tvN ‘SNL코리아’의 김민경 PD가 의기투합한 점도 유병재 특유의 코미디를 잘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 사진=초인시대 방송 캡처 |
첫 방송을 시작한 ‘초인시대’에는 이런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SNL코리아’ 속 ‘극한직업’ 코너의 ‘웃픈’ 개그들이 드라마를 채웠고, 우스꽝스러울 만큼 초라한 나날을 보내는 20대들의 일상과 개그 코드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드라마는 세련된 코미디 드라마로 거듭날 조짐을 보였다. 1회에서 호평을 받은 기세를 잘 이어간다면 충분히 성공을 기대해도 좋은 드라마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인시대’는 아직까지 ‘유병재’라는 그늘에 가려져있다. ‘초인시대’는 ‘SNL코리아’식 코미디와 카메오 크루들, 주인공 유병재를 걷어내고라도 충분히 그 자체로 매력이 있는 드라마다. 20대의 치열한, 하지만 슬픈 일상을 날카롭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장면에서 지금의 20대로부터 “너무 불쌍하다. 하지만 이해는 간다”는 반응을 얻어낼 정도다.
‘초인시대’ 1회에서 병재가 월세 값을 독촉하는 집주인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고 하지만 그는 이미 대출금 이자 미납이 계속돼 더 이상 대출이 되지 않는 ‘신용불량자’ 상태다. 아직 취업도 안 한 그가 ‘신용불량자’인 모습은 드라마 속 모습만은 아니다. 자금 대출 등으로 청년들의 부채가 많아지면서 생긴 신조어인 ‘청년 실신’이 유행어가 된 것만 봐도 그 예다. 실제로 2010년 69억 원이던 청년 부채가 2013년 255억 원으로 급증한 통계가 병재의 상황이 일반적인 ‘현실’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취업 센터 직원이 병재에게 “눈을 낮추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왜 이렇게 고생을 안 하려고 하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은 20대 취업준비생들이 자주 겪는 벽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력과 학과에 맞지 않는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취업 자리들만 즐비한 현실에 고민 한 번 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조별과제에서 가장 고학번이라고 조장을 맡았다가 모든 일을 다 떠안아야 하는 병재의 모습이나 취업 못한 4학년 복학생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세상을 두고 혼잣말을 하는 병재의 내레이션은 20대가 충분히 한 번 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사례다. 소장님이 병재와 창환에게 “자네들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야”라고 되뇌는 장면이 가장 허황된 말처럼 들리는 아이러니야말로 지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초인시대’는 이처럼 취업과 학업으로 지쳐가는 20대의 실생활을 꽤나 실감나게 다룸과 동시에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아 더욱 마음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공감드라마가 됐다. 면면이 뜯어보면 20대의 날카로운 자화상을 담은 ‘초인시대’가 그저 ‘유병재 드라마’ 혹은 ‘B급 병맛 드라마’로 치부되는 것은 아쉽다.
한편, ‘초인시대’는 25세까지 동정을 지킨 병재와 친구들이 초능력을 얻어 벌어지는 판타지 성장드라마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30분에 방송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