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배우들 각자 50만 명만 책임지면 500만 관객이 되는 거다.” -‘도둑들’ 김혜수
과거 충무로에는 출연자들의 개런티나 진행상의 문제로 톱스타 한 명에 조연급 인물들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운 콘텐츠들이 사랑을 받으면서 극장가의 멀티캐스팅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멀티캐스팅이란(Multicasting)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모으는 주연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을 이르는 말로, 이러한 작품이 흥행파워를 발휘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에 있다.
멀티캐스팅의 첫 스타트로 꼽히는 영화는 바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도둑들’이다. ‘도둑들’은 110억 원의 투자비용 중 2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배우들의 출연료로 투자할 정도로 캐스팅에 주력했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김수현, 오달수 그리고 임달화 그리고 전지현의 약혼남으로 깜짝 출연한 신하균까지 합치면 9명이 출연했다. 어느 작품에서든 주인공 자리를 꿰찰만한 배우들이다. 그 결과는 그야 말로 화려했다. 개봉 3주차 만에 760만 관객을 동원했고, 역대 박스오피스 3위라는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도둑들’ 이전의 극장가는 ‘디워’ ‘해운대’ ‘7광구’ 등 SF장르를 중심으로 세트와 특수효과 등에 제작비가 투자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작의 트렌드는 점차 멀티캐스팅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도둑들’ 이후 캐릭터 블록버스터로 윤곽을 잡아갔다.
이후 나온 작품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등이 출연한 ‘관상’은 단 하루 동안 약 9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일일 최대 스코어 기록했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설국열차’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흥행 10위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을 쥐기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명 배우가 여럿 나오니 단숨에 주목을 얻을 수 있기에 흥행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으나,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비중을 최소한 엇비슷하게 둬야 하는 것으로 인해 화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재규 감독의 경우에는 애초에 ‘역린’을 멀티 캐스팅 영화로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고, 그 자신이 장기를 보였던 드라마와 같은 구성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두루 아우르겠다는 욕심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완성도만 따른다면 성공하겠지만 ‘역린’은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에 처한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